임상 파트너에서 전략 동반자로…CRO와 함께 쓰는 ‘성공 공식’

임상 파트너에서 전략 동반자로…CRO와 함께 쓰는 ‘성공 공식’

제이앤피메디, AI로 임상 리스크 사전 탐지
LSK글로벌PS, 글로벌 항암제 3상 임상 이끌어
드림씨아이에스, 이중기전 비만 치료제 개발
한국표준산업코드 적용 과제…“정부 지원 필요”

기사승인 2025-11-21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기술 수출을 통해 성장해온 국내 신약 개발 산업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라이선스 아웃을 넘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시장에서 자사 주도로 임상 개발과 허가를 추진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환자 모집이나 데이터 수집에 국한됐던 CRO가 초기 임상 전략 수립부터 글로벌 규제기관과의 소통, 허가 신청서 작성에 이르기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 잡은 것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반의 데이터 분석 및 환자 스크리닝 기술이 접목되면서 CRO가 단순한 ‘수탁자’가 아닌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설계자’로 발전 중이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의약품청(EMA) 등 주요 규제기관의 심사 기준이 고도화됨에 따라 단순히 데이터를 제출하는 수준을 넘어 규제기관의 의도를 정확히 해석하고, 요구사항을 선제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경험 기반의 전략 수립 능력이 CRO에 요구되고 있다. 국내 주요 CRO 기업으로는 제이앤피메디, LSK Global PS(LSK글로벌PS), 드림씨아이에스 등이 꼽힌다.

2020년 설립된 제이앤피메디는 임상데이터 관리 시스템(CDMS)에서 시작해 임상 전반 영역의 컨설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신약 개발과 임상 과정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임상시험 설계 최적화, 환자 모집 가속화, 방대한 임상 데이터의 신속한 분석 및 예측 등에 AI를 적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8월엔 네이버를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해 양사는 국내외 유망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함께 발굴해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과 동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제이앤피메디는 임상시험계획서(IND)나 결과보고서(CSR) 같은 방대한 문서의 초안 생성이나 번역, 요약 등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임상 환자 모집 경로를 예측하거나, 리스크를 사전에 탐지하는 등 소요 시간과 위험 부담도 줄였다.

제이앤피메디 관계자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부터 규제 전략, 데이터 분석, 허가 신청 등에 이르기까지 전주기적 관점에서 고객사에 최적화된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자체 디지털 플랫폼인 ‘메이븐 클리니컬 클라우드’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투명한 임상 관리 및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사가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성공적인 개발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국내 1세대 CRO 기업인 LSK글로벌PS는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GC녹십자의 유전자재조합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개발명 GC1109) 등의 출시를 도운 CRO 기업이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CDISC 기반 데이터 표준화 역량, 다국가 임상 운영 경험 등을 토대로 올해 6월 기준 국내외에서 1748건의 임상을 수행했다. 아울러 국내 CRO 최초로 미국, 유럽, 아시아 등 12개국 95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항암제 3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

드림씨아이에스는 신약 연구개발(R&D)의 비임상, 임상, 상용화를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 구축에 나섰다. 최근엔 미국 바이오기업 큐리바이오의 지분 23.74% 취득을 결정했다. 큐리바이오는 오가노이드, iPSC(유도만능줄기세포), 3D 세포배양 등 고도화된 비임상 평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분 취득 예정일은 내년 1월9일로, 해당 투자를 통해 신약 개발 초기단계 효율성을 높이고 정밀 비임상 연구 서비스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드림씨아이에스의 핵심 사업도 AI에 기반한다. AI와 데이터 기반의 임상 플랫폼을 구축해 자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IP 계열이중기전 비만 치료제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CRO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제이앤피메디 관계자는 “AI 기반의 정밀 분석을 통해 질병 메커니즘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신약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해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등 고도화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며 “향후 임상 업계에서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AI 기반의 프로세스 전환(AX)을 이뤄내지 못한 전통적인 방식의 CRO는 시장의 속도와 효율성을 따라가지 못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한국임상시험 백서에 따르면, 국내 소재 CRO 기업은 78개사로 집계됐다.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발간한 자료를 보면 국내 CRO 시장은 연평균 약 10%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CRO 산업이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으나, 글로벌 수준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한국표준산업코드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CRO 산업은 별도의 표준분류코드를 적용받지 못해 전체 CRO 기업 수, 종사자 수 및 매출 규모 파악이 어려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전체 CRO 산업 매출 추정치는 약 9885억원에 이르고 있어 2025년엔 총매출 1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타 산업에 비해 전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향후 한국표준산업코드 분류를 적용받아 실효성 있는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는다면 제약업계와 함께 CRO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테고, 이를 통해 국산 신약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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