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900선도 붕괴…외국인 2.8조 폭풍 순매도

코스피, 3900선도 붕괴…외국인 2.8조 폭풍 순매도

美증시 동반 하락 여파
외국인, SK하이닉스 1.4조 순매도
개인 2.2조 순매수에도 역부족
환율 1475.6로↑
전문가, 단기간 변동성 확대 전망

기사승인 2025-11-21 16:49:18


21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기 3% 넘게 급락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미국발 악재에 4000선은 물론, 3900선도 붕괴됐다. 3900선 밑으로 떨어진 건 21거래일 만이다.  미국증시 급등락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 지속됐다. 간밤 미국증시가 인공지능(AI) 버블론이 재차 불거지며 동반 하락하자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외국인은 이날 장 초반부터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9일 이후 최고치인 1475.6원까지 치솟았다. 

2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79%(151.59포인트) 떨어진 3853.26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내내 3% 넘게 밀리며 반등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외국인, 하루에 2.8조 순매도…SK하이닉스 1.4조 집중 매도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장 초반부터 물량을 쏟아내며 지수를 강하게 억눌렀다. 이날 하루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8307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외국인은 특히 SK하이닉스를 1조4600억원 순매도하며 제일 많이 팔았다. 개인은 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2953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지만 외국인의 매도공세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기관은 4955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간밤 미국에선 AI와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가 쏟아졌다. 미국 엔비디아의 고객사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하이퍼스케일러사)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과 중국 수출 제한, 엔비디아와 고객사 간 순환 거래 등이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엔비디아 매출채권 상승을 빌미로 하이퍼스케일러사의 AI 수익화 지연 우려가 불거진 점도 AI 버블 우려를 재차 자극시켰다. 더불어 리사 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고평가된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증가했다’, ‘현재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준은 아니지만 부실 경고 우려가 커진 사모대출 시장과 관련해서 주의해야한다’는 발언도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12월 금리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됐다. 

정희찬 연구원원은 “뚜렷한 트리거가 있었다기 보다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면서 “AI버블론이 다시 불거진데다 이날 옵션 만기 전 최근 변동성 증가세에 따른 옵션 시장에서의 포지션 조정 압력 및 매수우위를 유지하던 추세추종펀드(CTA) 포지션에서 증시 하락에 대비한 매도 압력이 증가한 것 역시 악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급락이 눈에 띄었다. SK하이닉스는 8.76% 급락하며 52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SK스퀘어도 9.37%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5.77% 내린 9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 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일렉트릭 등도 5% 이상 떨어졌다. 

반면 기아(0.53%), 셀트리온(0.32%), NAVER(2.14%), 신한지주(0.39%), 고려아연(0.27%) 등은 올랐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3.14%(27.99포인트) 떨어진 863.95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은 1280억원 순매도했다. 기관도 791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개인만이 2199억원 매수우위였다. 

12월 美 지표 발표 전까지 변동성 확대 전망

증시 전문가들은 이날의 급락이 하락 추세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한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여파로 경제지표에 대한 불확실성이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최근의 조정을 통해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는 12월에 밀려 있는 미국 지표들이 발표되는 것 자체가 증시 정상화의 트리거가 될 것으로 봤다. 그 전까지는 현재와 같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버블과 달리 이번 랠리는 철저히 이익을 기반한 담백한 상승세”라면서 “이익 추정치는 3분기 실적 시즌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즉, 이익 관점에서 지수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9~10월 코스피가 30% 넘게 급등함에 따라 단기 가격 조정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지난 3주 동안 9% 수준의 가격 및 기간 조정을 겪었고 단기 달러 유동성 문제는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 내 달러 유동성을 위축 요인인 미국 정부의 셧다운이 마무리됨에 따라 그간 중단됐던 재정 지출이 재개되고 있다. 12월 미국 연준의 양적긴축(QT)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하 연구원은 투자전략에 대해선 “불확실성 요인은 많이 오른 종목이 많이 빠지며 쏠림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는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걷힐 땐 많이 빠진 종목이 더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이기 때문에 낙폭과대주·성장주 중심의 매수대응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7원 오른 1475.6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지난 4월9일 이후 최고치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