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을 목표로 한다는데,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최근 만난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가 제시한 ‘2030년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목표에 대한 현장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약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희귀의약품 지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혁신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네거티브 규제를 의료기기 분야부터 선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설계한 정책인 만큼 현장 분위기는 긍정적이지만, 자금 지원과 혁신에 적극적인 규제기관의 태도 등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연 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은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가 유일하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 HK이노엔 위식도역류실환 신약 ’케이캡‘ 등 차세대 후보군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블록버스터 신약 3개 창출이 도달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정부와 민간의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3년 바이오헬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약 부문 연구개발비는 4조1748억원이다. 이 가운데 기업 자체부담금이 94.2%에 달했다. 정부 등 외부 재원은 5.8%에 그쳤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 신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과 수조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도 성공률은 10%에 못 미친다.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임상 진입 단계까지 자금난에 허덕이다 결국 글로벌 기업에 기술 이전을 고려하는 실정이다. 규모가 큰 제약사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약사들의 매출 구조를 분석해보면, 연구개발(R&D) 성과로 탄생한 개발 제품 비중이 매출의 50%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은 제네릭(복제약)과 유통에 의존한다.
실제 한국바이오협회가 국내 바이오 기업 13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업 중 74%가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으며, 76%는 자금이 부족해 R&D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답했다.
재정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내년도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R&D 예산이 처음으로 1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비해 정부의 투자 규모가 적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민간 투자 역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VC) 신규 투자액은 2023년 기준 1조710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VC 투자 비중의 15.7%에 불과하다. 민간기업의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메가펀드’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기관이 혁신에 소극적인 환경도 신약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선도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관행에 의존하는 성향이 혁신 기업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일단 안 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혁신적인 결정 뒤에는 공무원이 불이익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도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기업이 늘어나면 K-바이오의 산업 지형은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쌓고, 다국적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이 늘어나며 국내 기업들을 향한 대규모 투자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당국부터 ‘네거티브 기관’으로 변모해 정부의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목표가 구호에 그치지 않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