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오세훈 때리기’의 역설…정쟁 격화 속 ‘존재감’만 더 부각

與 ‘오세훈 때리기’의 역설…정쟁 격화 속 ‘존재감’만 더 부각

정부·여당, 한강버스·세운4구역 등 연일 비판
공세 배경으로 여권 ‘서울시장 인물난’ 해석도

기사승인 2025-11-22 06:00:08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서울 중구 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내년 6·3 지방선거를 6개월여 앞두고 서울시정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조기 과열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한강버스, 종묘 앞 개발 등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사업을 연일 문제 삼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공세가 오 시장의 존재감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직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구청장 후보자로 구성된 ‘다시 빛날 서울’은 21일 오 시장의 정책 사업인 △한강버스 △세운4구역 재개발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 등에 대한 주민 투표를 제안했다. 해당 사업들을 “혈세 낭비이자 서울 정체성 훼손”이라고 비판하며 오 시장을 정조준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기 검증전 성격의 공세가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이같은 여권의 공세는 지난달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행정안전위원회가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명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국감장은 한동안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으로 증언대에 오른 명씨는 “오세훈이 울면서 전화를 걸어왔다”, “도와줬더니 쫀쫀하게 고발한다” 등 자극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파장을 키웠다. 이후 정쟁의 초점은 자연스럽게 오 시장 개인과 그의 시정 성과로 옮겨갔다.

이달 8일 오 시장과 명씨가 특검 대질조사를 마친 뒤에는 서울시 정책 사업을 향한 비판이 다시금 쏟아졌다. 종묘(宗廟)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부터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 조성에 이르기까지 비판의 소재는 매일 달라졌고, 공세의 주체도 확대됐다. 특히 여권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마저 연달아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른바 ‘오세훈 때리기’는 민주당을 넘어 정부까지 가세한 양상으로 번졌다. 본격적인 지방선거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배현진 서울시당위원장 등 서울 지역 의원들과 행안위 소속 의원들은 지난 19일 김 총리를 공직선거법·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배 의원은 “민생을 챙겨야 할 총리가 사전선거운동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일 수 있는 행태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공방이 오 시장을 매개로 정부·여당-야당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행안위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민주당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TF’는 정상화를 위한 TF가 아니라 오세훈 시정 실패를 바라는 TF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10일 출범시킨 이 TF는 오 시장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검증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책 문제뿐 아니라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까지 들여다보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 참석해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재개발 관련 자료를 들고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공세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인물난’이 빚어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은 부동산·민생 문제 등에서 여전히 민주당에 불리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현역 시장 프리미엄을 가진 오 시장에 맞설 대항마를 찾지 못한 민주당이 ‘조기 공세’로 판을 흔들려 한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럼에도 오 시장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여권의 공세와 반대로 더 커지는 모양새다. 21일 구글트렌드에 따르면 최근 30일간 ‘오세훈’ 검색량은 ‘박주민’과 ‘정원오’를 합친 값보다 훨씬 높았다. 박주민 의원은 검색량 두 자릿수를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했고, 다크호스로 꼽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도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여권의 집중포화가 ‘오 시장 견제’보다는 ‘오 시장 부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구글트렌드는 특정 시점의 검색 빈도를 100으로 둔 뒤 상대적 검색량을 보여주는 서비스로, 대중 관심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지율과는 별개지만, 정치적 주목도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 국면에서는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한편 정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18일 오세훈 시정 실패 정상화 TF 단장인 천준호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천 의원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강버스 사고 외부 유출 금지령’ 등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했다”며 “사실 확인 없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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