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주식을 발행하고 주주로부터 주식 인수대금을 받아 자본금을 확충한다. 반대로 회사가 주주에게 대금을 지급하고 주주로부터 다시 취득한 주식을 자사주(자기주식)라고 한다.
자사주의 경우 회사가 보유하는 동안 의결권이 없고 배당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면 기존 주주의 의결권·배당 비율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어, 자사주 취득은 주주환원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된다.
반대로 회사가 자사주를 처분하는 경우 그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식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회사가 같은 금액을 배당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사주 처분은 주주들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자사주에 관한 회사법적 규제가 미흡해, 경영진이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자사주를 임의로 활용함으로써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A사의 사례를 보자. A사의 주식은 당초 최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이하 같음) 45.4%, 소액주주 21.5%, 자사주 32.5% 등으로 분포돼 있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의결권을 기준으로 지분율을 다시 계산하면 최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은 각각 60.0%, 31.9%가 됐다.
그런데 A사의 경영진이 최근 자사주 5%를 계열회사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62.7%로 2.7%p 확대되고,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은 29.7%로 2.2%p 축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최대주주로서는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확대했지만, 소액주주로서는 2.2%p의 의결권을 빼앗긴, 그야말로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이 됐다. 회사의 재산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최대주주를 위해 활용하며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 전형적인 사례다.
주요국들은 일찍이 자사주의 이러한 측면에 주목해, 자사주에 대해 나라별로 규제를 두고 있다. 우리 상법과 유사한 체계를 가진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독일의 경우 자사주 중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부분은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이사 개인이 불이익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사주 보유 한도 제한은 없지만, 자사주를 처분할 때에는 신주 발행 절차와 동일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각국 규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다. 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모든 주주는 회사로부터 자신이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하여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주주평등의 원칙은 우리나라에서도 회사법을 관통하는 원리이며, 법원 역시 판례를 통해 이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사례처럼, 유독 자사주 문제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형성돼 있다.
현행 자사주 제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할 때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하고도 이를 소각하지 않은 채 계속 보유해 허위공시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일부 상장회사는 발행주식의 40~50%를 초과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회사의 자본충실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자사주 제도 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자사주 제도가 합리적으로 정비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