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조이는 은행들…연초까지 ‘보릿고개’ 우려

주담대 조이는 은행들…연초까지 ‘보릿고개’ 우려

4대 은행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 33% 초과
내년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까지 겹쳐 부담↑

기사승인 2025-11-24 17:26:50

KB국민은행, 하나은행이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을 제한한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창구를 연이어 닫고 있다. 올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이미 넘긴 데 따른 조치다. 내년 1월부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상향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연초에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B국민은행은 24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했다. 비대면 채널에서는 이미 22일부터 접수를 중단하고 있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연내 실행 예정 건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하나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올해 실행분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중단한다. 

이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대출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올해 연말까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막은 상황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달 상환되는 자연 감소분 등을 고려했을 때 연말까지 정부에서 제시한 총량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12월 말까지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중단할 수도 있으나, 현재는 추세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영업점별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금융상품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묶었다. 즉, 영업점 한 곳에서 11월과 12월 각각 부동산금융상품은 10억원까지만 판매할 수 있다. 또한 대출모집인별 한도제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내 대출 예정 고객들은 이미 9~10월경 영업점에서 일정을 조정했고, 전산 승인에도 기술적으로 2개월의 유효기간이 필요하다”며 “지금 대출 정책을 바꾸면 영업점 혼선만 가중돼 큰 변동 없이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NH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액이 1조8000억원으로, 목표치(2조1200억원)에 못 미쳐 아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대출 창구를 조이는 이유는 이미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20일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증가액은 총 7조89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이 금융 당국에 제출한 연간 목표치(5조9493억원)보다 32.7% 초과한 수준이다. 4대 은행 모두 개별 목표치를 넘겼으며, 초과율은 은행에 따라 최소 9.3%에서 최대 59.5%에 이른다. 

금융사는 매년 초 정부에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안을 제출한다. 이후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가계대출 총량을 확정한다. 목표치를 넘긴 은행에는 이듬해 대출 공급 한도를 깎는 ‘페널티’가 부과된다. 실제로 올해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목표치는 지난해 초과분만큼 감액됐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 ‘6·27 가계대출 관리 방안’ 발표 당시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줄일 것을 금융권에 주문해 올해 목표치가 빠르게 소진됐다. ‘페널티’가 내년에도 적용될 경우, 연초에도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대출 보릿고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15%에서 20%로 올리는 조치를 조기 시행하기로 했다. 위험가중치를 높이면 은행이 주담대를 공급할때 더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에는 보통 고객 유치를 위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조심스러울 것”이라며 “시중은행 전반적으로 목표치를 초과해 패널티가 예상되는 만큼, 가계대출을 무작정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