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납부한 법인세가 6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과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세금 부담도 크게 늘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 회사가 9월30일까지 낸 법인세 총액은 6조231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010억원)보다 5조5300억원 증가한 규모로, 약 9배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 46배·삼성 3배 증가…AI 수요가 세수 견인
삼성전자의 법인세는 지난해 6070억원에서 올해 1조8860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940억원에서 4조3440억원으로 46배 폭증했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10월에도 약 1조원 수준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증가는 실적 개선이 직접적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2조1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5% 늘었고, SK하이닉스는 11조3834억원으로 61.9% 증가했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폭증한 영향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두 회사의 영업익 증가분은 국내 339개 대기업 증가분의 55%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내년 법인세 더 늘 것…“반도체 수출 증가 반영될 것”
증권가도 내년 세수 확대를 전망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올해 크게 늘었기 때문에 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당기순이익 증가가 정부 법인세 수입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HBM과 DDR5 중심의 메모리 가격 상승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한 몫한다.
글로벌 기업은 투자경쟁…국내는 ‘지원 필요’ 목소리
다만 업계에서는 “메모리 호황이 지속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을 앞세워 AI·반도체 투자를 유치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 ‘자기 힘’에 의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은 약 450조원 규모의 초거대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 중이다. TSMC는 미국 공장에 223조원을, 인텔은 유럽에서 반도체 밸류체인 구축에 112조원을 투입한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8조70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7조6000억원을 추가했다. 대만은 금융·세제·용수·전력·인력까지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만큼 대규모 자본조달이 필요하다면 범위 내에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최근 기업성장포럼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규모 AI 투자를 감당할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