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게 섰거라”…글로벌 겨냥한 농심 신상 정체는 [리뷰로그]

“불닭 게 섰거라”…글로벌 겨냥한 농심 신상 정체는 [리뷰로그]

‘리뷰로그’에서는 새로 나온 제품이든, 다시 화제에 오른 아이템이든 기자가 직접 써보고 경험한 내용을 전합니다. 단순 개봉기나 외관 칭찬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왜 지금 이게 인기인지, 브랜드가 노린 포인트는 무엇인지, 실제로 써보니 어떤 사람에게 맞는지까지 솔직하게 전합니다. 생활용품부터 테크, 뷰티, 먹는 것까지 카테고리는 제한 없습니다. 체험 기반의 판단과 솔직한 시선으로 쿠키뉴스가 더 똑똑하고 더 재밌게 검증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5-11-26 06:00:09 업데이트 2025-11-28 13:46:58

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 이예솔 기자

액상 소스를 뜯는 순간 볶음김치 특유의 향이 훅 올라왔다. 면 위에 소스를 붓자, 붉은빛이 순식간에 번지며 은근한 매운 향이 퍼진다. 완성된 면은 깊고 진한 붉은색을 띤다. 매운 음식에 자신 있는 기자도 살짝 긴장했다. 매운맛에 약한 ‘맵찔이’라면 젓가락 들기 전 마음부터 단단히 먹어야 할 정도다. 첫입은 혀를 확 잡아채는 강한 매움이 치고 들어오지만, 곧이어 김치의 달큼한 맛이 부드럽게 감싸며 맛의 결을 바꾼다.

이 독특한 맛의 정체는 농심이 최근 국내 한정판으로 선보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이다. 지난 10월 독일 아누가 2025에서 첫 공개된 이후, 이달 24일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다. ‘신라면 투움바’에 이은 글로벌 전략 제품으로,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고 한다. 기존 신라면의 국물 구조에서 벗어나 볶음 조리·기름 코팅·김치 페이스트 중심의 새로운 포맷이 적용됐다.

조리법은 간단하다. 600ml 물에 면과 건더기를 넣고 3분 끓인 뒤 물을 버리고, 액상스프를 넣어 비비면 된다. 실제로 만들어 보니 물을 약간 남겨둬야 양념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김치 페이스트의 점성이 높은 편이라 물을 너무 완전히 버리면 매운맛이 직격으로 올라오고, 양념도 뭉치면서 다소 무거운 맛이 된다.

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 이예솔 기자

‘김치볶음’을 내세운 만큼, 성분 구성에서도 김치 풍미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참기름으로 볶아낸 김치 페이스트를 중심으로, 건청경채와 김치 후레이크가 더해져 볶음면 특유의 고소함과 식감을 살렸다. 최근 ‘스와이시’(Sweet+Spicy) 트렌드를 고려한 듯 단맛과 매운맛의 균형이 깔끔하게 잡혀 있는 느낌이다.

맛과 구성은 인상 깊었지만, 첫 한 입의 특별함이 오래 남을 만큼 강렬하진 않았다. 국물 라면과 달리 볶음면은 건더기의 존재감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이 제품 역시 청경채와 김치 후레이크가 양념에 쉽게 묻혀 씹는 재미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조리 과정에서 물을 버릴 때 하나의 건더기라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농심 ‘신라면 김치볶음면’. 이예솔 기자

김치볶음밥 특유의 달콤·고소·매콤 조합을 좋아한다면 이 제품은 반가운 선택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달걀프라이나 김 가루를 곁들이면 풍미가 한층 깊어진다. 실제로 달걀프라이를 올려 먹어보니 매운맛이 부드럽게 잡히고 고소함이 더해져, 첫 입과는 전혀 다른 라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체감상 ‘5배는 더 맛있다’고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조합이다. 

신라면 김치볶음면은 현재 이마트에서 단독 판매 중이다. 다음 달에는 60~70개국 수출이 예정돼 글로벌 확장도 본격화된다.. 가격은 개당 1300원대로, 신라면 투움바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번 제품은 국내 소비자에게는 익숙함 속 새로운 변주를, 해외 소비자에게는 접근성을 높인 ‘한국식 매콤달콤’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