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5 전국당원대회’에서 99%에 가까운 당원들의 지지를 얻으며 다시 당을 이끌게 됐다. 혁신당은 거대 양당 및 기존 진보 진영과 다르다는 ‘뉴파티선언’ 등 차별화 전략을 선보이며 홀로 서겠다는 자강론을 펼쳤다. 다만 당내 성비위 파장 등으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회복하지 못하면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지선) 경쟁력은 장담할 수 없을 전망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표는 지난 23일 전당대회에서 전체 당 대의원·권리당원 98.6%의 찬성률을 얻으며 당대표로 복귀했다. 조 대표는 거대 양당과 선을 긋고 독자적인 노선을 구축해 ‘제7공화국’으로 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조 대표는 내년 국회의원 보궐선거나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행보에도 나서고 있다.
범여권인 혁신당은 민주당과 협력하는 동시에 이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계획이다. 조 대표는 “내란 청산·극우세력 척결 등은 민주당과 더 강하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반대하거나 포기하거나 주저하는 정치개혁, 사회경제적, 인권개혁 과제 등에 대해선 ‘쇄빙선’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당 대표로서 ‘체급’도 키우고 있다. 조 대표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게 대장동 토론을 제안하거나 민주당을 향해 야권이 함께 발표한 ‘공개선언문’ 이행을 촉구했다. 앞서 대선 전인 지난 4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5개 정당은 ‘대통령 선거 직후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마무리하고 결선투표제를 도입 한다’는 내용이 담긴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2차 선언문’을 발표했다.
조 대표의 행보는 대권후보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정춘생 의원은 당 최고위원 당선 후 “조국과 함께 제2의 조국혁신당을 튼튼하게 꾸리고 내년 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며 “2028년 총선에서 기호 2번을 획득하며 2030년에는 반드시 조국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신장식 수석최고위원도 지난 20일 kbc라디오 여의도초대석에서 “조국 (당시)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기대감은 여전히 높다. 호남에서도 그렇고 전국적으로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 승부수 던졌지만…성비위 파문 ‘현재 진행형’
다만 당의 지선 승리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선 전 당내 성비위·괴롭힘 사건부터 매듭지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혁신당은 지난 9월 성비위 및 괴롭힘 사건으로 강미정 대변인 등이 탈당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이후 지도부는 총사퇴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피해자들은 조 대표의 당선 다음날인 24일 ‘피해자의 침묵을 전제로 하는 조직문화는 결코 혁신을 만들 수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당 내에서 2차 가해가 반복됐었다며 단 한번도 단호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이미 탈당한 사람들이다. 이 문제로 어떠한 정치적 이익도 얻지 않는다”며 “당이 피해자에게 약속한 최소한의 책임을 끝까지 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미숙 전 조국혁신당 여성위원회 상임고문도 전날 페이스북에 “혁신당이 비대위 체제로 돌입한 것은 성비위 사건을 비롯한 당직자 비위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두달 여 만에 당은 다 해결됐다며 축제를 벌이는데 피해자들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며 멀뚱멀뚱 의아해하는 기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방치돼 있는데 소통, 치유, 통합이라 자평하고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2차 가해자로 지목했던 이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당대회장에서 웃는 모습을 의지와 무관하게 SNS 곳곳에서 마주했다”며 “이제 다 해결됐다는 당과 무엇이 해결됐는가 외치는 피해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마치 그로테스크한 연극을 보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혁신당 관계자는 “당 인사들의 탈당 후 비대위를 운영하며 피해자 지원을 위한 규정을 만들고 엄규숙 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고충상담센터·고충심의위원회에 관련 위원회를 발족해 사건 해결을 위한 체계들을 갖춰 나갔다”며 “부족한 부분은 과거의 피해자로서 애정 어린 비판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부분도 없다. 피해자 분들이 제시한 의견을 더욱 경청해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더 잘 반영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 ‘인기 의존’에 지지율 확보 ‘의문부호’…“실력으로 헤쳐나가야”
성비위 사건 이후 내려간 지지도가 그대로 머물러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이달 8~10일까지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조국혁신당은 3.5%를 보였다. 같은 기관 조사 결과 지난 5월 최저(2.1%) 기록 후 3~5%대 박스권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높았던 호남권 지지율도 5.2%로 국민의힘(9.0%)보다 낮은 수준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조 대표의 예전과 다른 입장을 강조하며 ‘자기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호남권 출신 한 여당 관계자는 “지난 8월15일 특별사면·복권 후 조 대표의 맨파워는 예전 같지 않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 할수록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 호남 사람들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혁신당은 전략적 공조 차원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경쟁이 비등한 지역에서는 (후보 자리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딜을 하려 할 것”이라며 “다만 그렇게 되면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는 자리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또 한 여당 의원은 “조 대표가 돌아왔지만 혁신당은 인기에 의존하고 있어 기반은 취약하다”며 “사면 후 광폭행보를 보이는데, 사면받는 순간 지지자들의 동정심도 끝났기 때문에 이제는 본인 실력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혁신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기획단을 꾸려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혁신당 관계자는 “조 대표와 이해민 사무총장이 지방선거 준비위원회 출범을 준비할 것”이라며 “다음주 목요일까지 당직자 인선이 예정돼 있다. 다음 달 중순쯤 위원회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