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중점 과제인 ‘2040 석탄발전 조기 폐쇄’가 본격화하면서, 고용 축소와 지역경제 타격, 해체 안전 문제 등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현실적 과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발전 5개사 통·폐합과 재생에너지 전환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전력 산업 구조가 대대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져, 노동·지역·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정의로운 전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나머지 21기는 경제성·환경성 등을 고려해 공론화를 거쳐 내년까지 세부 폐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조기 폐쇄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은 12차 전기본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 17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우리 정부가 탈석탄동맹(PPCA, Powering Past Coal Alliance) 가입을 공식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을 중심으로 정부는 ‘탈석탄’ 정책의 국제적 의지를 재확인했다.
국내 석탄발전소는 대부분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 발전공기업(동서발전·서부발전·남동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를 통해 운영돼 왔다. 이에 석탄발전소의 폐쇄 및 재생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발전 5개사의 통·폐합 논의도 현실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석탄발전을 축소하면서 동시에 재생에너지공사를 만들어 전환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전력연맹)과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발전지부(발전노조) 역시 △1개 발전사로의 단일화 △화력발전 2개사-재생에너지공사 이원화 △석탄·액화천연가스(LNG)·재생에너지 등 발전원별 3개사 분할 △배전·판매·분산자원 관리 통합 ‘지역별 에너지공사’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폐쇄 목표 기한이 최대 15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속도에 비해 해결해야 할 현실적 과제가 적지 않다.
직·간접 고용, 지역경제 영향 불가피…전환배치 우려도
가장 큰 우려는 고용 문제다. 발전5개사 임직원 약 1만4000명에 더해 화력발전소 협력업체 7000명, 자회사 2500명 등을 합치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력만 2~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각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지 10년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폐합이 현실화될 경우, 해당 직무 종사자 수 축소는 물론 최소 1만명이 넘는 인력의 대규모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협력업체·자회사 인력의 경우 불확실성은 더 크다. 5개 발전사가 1~3개로 줄어드는 구조 변화와 더불어 석탄발전 중단 이후의 전환배치 범위도 모호하다. 실제로 현재 폐지가 확정된 석탄발전 37기 중 28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이 경우 석탄발전 대비 필요 인력이 절반 수준에 불과해 구조 자체가 고용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발전사들은 현재 폐쇄 예정인 석탄발전의 인력을 타 발전소로 재배치하고, 자체 직원 재교육 등 훈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협력사·자회사까지 전환배치와 재교육이 이뤄지기엔 비용 등 현실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송민 공공산업노조연맹 상임부위원장은 지난 국감에서 “발전5개사가 공동출자한 한국발전인재개발원의 집합교육에 재생에너지 과정이 10개 정도 개설됐는데 전체 노동자의 약 1%만 교육받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협력사와 자회사 노동자는 전환배치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고용 문제는 곧바로 지역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발전공기업 본사가 위치한 지자체는 법인세·지방세 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예컨대 서부발전이 위치한 충남 태안군의 경우 본사 이전에 따라 군세 수입만 연평균 약 1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지역상권 활성화, 인구 유입 등 종합적으로 접근할 경우 발전공기업 하나가 유발하는 지역경제 효과는 연간 수천억원으로 추산돼 통·폐합 과정에서 지역사회 반발, 균형발전 등 과제에도 직면하게 된다.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소장은 “석탄발전 폐쇄는 단순히 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기후위기 또는 정부 정책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 전환, 노동 전환, 지역 전환 등 3개 축을 토대로 지역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보전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전공기업들이 충남, 인천 등 전국에 산재해 있는 만큼 동일한 전환의 관점으로 봐선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렵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에너지·비에너지(관광 등) 전환 등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석탄발전 폐쇄에 따라 줄어드는 전력 공급의 양을 차근차근 재생에너지로 커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방향성을 설정해놓고 동시에 계획적으로 직무 전환 등 재교육을 진행해야 하며, 다양한 옵션을 놓고 해당 지역의 의견을 반영하고 계획을 수립하면, 현재 시간이 촉박하긴 하겠으나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제언했다.
철거 안전대책 재정립 목소리도…“전환은 필수,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석탄발전 해체 과정의 안전 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최근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로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해체 공정 전반의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졌다. 울산화력 외 사용기한 만료로 가동이 중단된 석탄발전소는 △보령1·2호기(1000MW) △호남1·2호기(600MW) △삼천포1·2호기(1120MW) △평택기력1∼4호기(1400MW) 등이 있으며, 내달 태안1호기(500MW)를 시작으로 2036년 내 대부분 가동이 종료될 예정이다.
발전소 해체는 완전 철거뿐 아니라 LNG 등 복합화력 전환을 위한 부분 철거와 설비 교체도 포함한다. 이에 따라 해체공사 안전성 확보가 전환 속도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
전력연맹 측은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소 폐쇄는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불가피한 과제이지만, 전환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의 안전과 노동자의 고용안정”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석탄발전 폐쇄 과정에서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비롯한 보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적 대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화력 사고 직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발전소 건설현장에 긴급 안전점검을 지시했으며, 지난 26일에는 김성환 장관 주재로 안전관리체계 점검회의를 열고 에너지공기업 전(全) 사업장에 대한 안전실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후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할 ‘석탄전환 로드맵’에 해체 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이처럼 석탄발전 폐쇄·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된 상황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이제 정의로운 전환이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에너지 전환의 부담을 공기업에만 지울 수 없으며, 독일처럼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수입을 활용하거나 기후대응기금 등 재원을 토대로 석탄발전 종사자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및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산업 정의로운전환 협의체 관계자도 “정부의 조기 폐쇄 의지가 뚜렷하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 통·폐합 논의가 시작된 상황에서 ‘기존의 노동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 방식이 아닌 여러 발전원을 포괄해가며 일자리의 범위 및 규모를 키워 노동자들을 재교육해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