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중국산에 잠식된 韓태양광산업, ‘택갈이’ 방지제도 개선 시급” [K-산업 구조中심③]
‘탈(脫)중국’을 외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K’라는 이름 아래 한국 산업은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중국의 부품·소재·자본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배터리 원료에서 태양광, 통신장비, 드론, 생활 소비재까지, 산업 곳곳에 스며든 중국 의존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쿠키뉴스는 ‘K-산업 구조中심’를 통해 ‘탈중국’의 구호와 ‘종속’의 현실 사이의 괴리를 추적했다. 기술 자립을 내세운 산업정책의 그늘을 해부하고, 산업 자립의 구호가 실질적 공급망 독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원인을 짚는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5-12-03 06:00:11
재생에너지 전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올해 약 27GW(기가와트) 규모인 국내 태양광 누적 설치량이 오는 2030년까지 80GW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간 태양광발전 설치 용량만 기존 3GW에서 10GW 안팎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성장세와 달리 국내 산업계는 이미 중국산 저가 부품에 잠식돼 정체 상태에 머문 지 오래다. 업계 안팎에선 90%를 웃도는 중국산 부품 비중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내 재생에너지 전환도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국산 부품 사용 확대와 ‘택갈이’ 차단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배 의원실 제공 “중국산 잠식, 결국 에너지 안보 위협…정부 주도도 유인책 마련해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인 박홍배 의원은 중국산 부품 의존 문제는 가격 경쟁을 넘어 에너지·자원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재생에너지 설비가 점점 디지털화하면서 모듈, 인버터 등이 단순 부품이 아닌 하나의 네트워크 설비처럼 돼 가고 있고, 특히 인버터는 생산된 전기를 교류로 전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계통 안정화를 위한 장치들이 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터넷으로 연결해 휴대폰 앱이나 회사 서버를 통해 원격 조종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인버터에 허술한 비밀번호나 백도어 같은 숨은 원격제어 장치가 있다면 손쉽게 제어가 가능해진다”며 “전기가 갑자기 줄거나 늘면 전력망이 셧다운될 수 있어 보안 문제가 곧 국가 에너지 안보 문제로 직결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높은 해외 부품 비중 만큼 보안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전체 발전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산업 부품의 경우 셀은 95.1%가, 모듈은 58.4%가 중국산이다.
박 의원은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은 중국산 비중이 매우 높아 기술 생태계를 파괴하고 일자리 축소를 유발하고 있다”며 “외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아지면 가격 변동·수급 차질 등 공급망 리스크도 커질 수밖에 없으며, 특히 겉면의 라벨만 국내 브랜드인 제품의 경우 업데이트·원격제어 권한의 주체가 불명확해, 사고 시 책임 규명이 어렵다는 문제도 동반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이 제일 먼저 지적한 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설비 인증(KS 인증)’이다. 국내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제도지만, 현행법상 부품별 국내·외 제조사만 표기하면 되고, 해외 반제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단순 조립해도 완제품(모듈 등) 기준으로 ‘국산 인증’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있다.
박 의원은 “현재는 해외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단순 조립만 해도 국산처럼 보일 수 있어 소비자는 실제 제조 지역과 소프트웨어 관리 주체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이 구조가 ‘택갈이’ 관행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핵심 공정과 소프트웨어 관리가 국내에서 이뤄질 때만 국산으로 인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태양광 KS 인증에도 보안 요건을 반영해 제조·업데이트·원격제어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발전 단지 안에 수많은 패널들이 나열돼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중국산 부품 사용과 택갈이 구조의 배경엔 결국 ‘원가 절감 압력’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사업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장비 선택의 기준을 최저가 중심으로 둘 것이 아니라 설치 이후의 유지·보수·보안 대응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는 책임 주체가 분명하고 업데이트가 안정적인 국산 장비가 오히려 유리하다”면서 “정부가 표준사양을 마련하고 지자체가 공동구매 방식으로 단가를 낮춰 국산 제품에 가점·금융·세제 혜택을 연계하면 사업자 부담도 충분히 완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기존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에 대한 국산 부품 전환 및 보안 문제 해결책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시장 전체가 스스로 기준을 지키도록 만드는 방식이 필요한데 △주요 장비의 데이터와 서버를 국내에 두도록 유도해 사고 예방과 사후 조사를 빠르게 하고 △태양광 경쟁입찰 평가 기준에서 해상풍력과 마찬가지로 안보 지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설치된 인버터의 경우 보안 장치가 탑재된 장비 교체를 지원하고 인버터 보안 인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주축으로 정부가 태양광 공공입찰에서 국산 부품 사용률이 높은 발전기 업체에 가산점을 주고, 한화큐셀 등 주요 기업 역시 국내 중소기업에 부품 위탁생산을 맡기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박 의원은 “태양광의 보급 속도는 빠르게 유지하되,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국산 기준, 원격제어 권한, 업데이트 기록 등 핵심 정보를 명확히 규정하면 국민에게는 안전하고 투명한 에너지 전환을, 기업에는 예측 가능한 시장 규칙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