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또 사망사고…새벽배송 구조 재검토 목소리 커지나

쿠팡 물류센터 또 사망사고…새벽배송 구조 재검토 목소리 커지나

경기광주 물류센터 50대 남성 근무 중 쓰러져…사인 조사 중
“올해 사망사고 7건…지병 있더라도 인과관계 면밀히 살펴야”

기사승인 2025-11-26 17:53:14 업데이트 2025-11-27 01:36:25
서울 시내 한 택배차량 모습. 이다빈 기자

쿠팡 물류센터에서 연이어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로 야간·새벽 노동의 위험성과 새벽배송 구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반기에만 세 차례 사망사고가 보고되면서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소비자 편익 및 산업 성장을 둘러싼 논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26일 경기 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문형동 ‘쿠팡 경기광주 5물류센터’에서 50대 남성 근로자 A씨가 새벽 시간 쓰러진 뒤 숨져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A씨는 이날 오전 2시 4분쯤 물류센터 내에서 동료 근무자에게 쓰러진 채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쿠팡에 의하면 A씨는 단기 계약직 근로자로 지난 3월 계약직으로 입사해 최근 3개월간 평균 주당 4.8일 근무한 이력이 있다. 그는 당시 지게차에 올려진 물건을 수레에 싣고 옮기는 ‘집품(피킹)’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사고 전날인 25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전 4시까지 근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파악 중이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관계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며 “회사는 유가족 지원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사인은 수사기관에서 부검 등을 통해 파악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인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억측은 삼가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제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이번 하반기에만 세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에 사망한 A씨가 새벽 근무 중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야간·새벽 근무에 따른 심혈관 질환 등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새벽배송에 대한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2일에는 경기 화성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30대 남성 근로자 B씨가 야간 근무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계약직 근로 중이었던 B씨는 사망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야간 근무를 할 예정이었으며 포장 업무 진행 중에 쓰러져 병원에 이송돼 끝내 숨졌다.

지난 8월 20일 경기 용인시 소재 쿠팡 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서는 물품 분류작업을 하던 50대 남성 근로자 C씨가 사망했다. C씨는 7월 2일 일용직 근무를 시작해 최초 근무 후 총 18일을 근무했으며, 이 중 4일은 오전 8시~오후 5시까지 일했다. 사망원인은 심근경색에 의한 병사로 알려졌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올해 쿠팡 물류센터와 택배 현장에서 7건의 발생한 사망사고가 있었으며 대부분이 야간 근무 중 발생했다”며 “이를 단순히 지병 탓으로만 돌릴 문제가 아니다. 고혈압 등 지병이 있더라도 야간 근무 같은 노동 환경에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주 60시간에 미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야간 노동의 위험성은 이미 충분히 지적돼 왔다. 총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죽음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빨리 갖다주는 것’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물류센터와 택배 노동자의 노동 강도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로자 사망사고는 새벽배송 금지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국택배노조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시간대 배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벽배송 금지 목소리에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직업 선택권과 소비자의 편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새벽배송 제한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새벽배송 금지 논쟁을 넘어, 노동자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환경 개선과 안전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노동부가 제시한 과로사 판단 기준이 존재하지만, 해당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개인의 신체 조건과 근무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케이스별로 판단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 비용은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투자 대비 효율이 높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윤에도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닌 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는 투자로 받아들이는 사고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산업 구조상 대기업이 가장 큰 몫의 이윤을 가져가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노동 비용과 안전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