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넘어 치료까지”…방사성의약품, 정밀의학 새 지평 열다 [방사선, 약이 되다①]

“진단 넘어 치료까지”…방사성의약품, 정밀의학 새 지평 열다 [방사선, 약이 되다①]

기사승인 2025-11-27 15:00:04
암 정복을 향한 의약품의 발전은 끝이 없다. 그 중심에 선 것이 바로 ‘방사성의약품’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암 진단과 치료를 아울러 기존 약물이 도달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확장하며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임상연구가 활발하다. 방사성의약품이 정밀의료의 다음 세대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지,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2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최근 정밀의료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방사성의약품(RPT)이 암 진단과 치료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방사성의약품이 출시 1년 만에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국내 기업 역시 방사성의약품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임상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를 비롯해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활발히 방사성의약품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와 암세포 등 표적에 결합하는 ‘리간드’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다.

방사성의약품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 세포손상을 최소화하며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은 리간드가 표적단백질에 결합하고 링커로 연결된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사선(α선·β선)을 방출해 암세포의 DNA를 절단하고 사멸하는 기전이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γ선이나 양전자를 방출해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과 SPECT(단일광자방출전산촬영)에 활용된다.

방사성의약품이 주목받게 된 시작점은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성분명 루테튬 비피보타이드테트라세탄액)였다. 플루빅토는 전립선암 최초의 방사성 리간드 치료제(RLT)로, 호르몬 치료나 항암요법의 효과가 없거나 감소한 전립선특이막항원(PSMA) 양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mCRPC)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를 받았다.

플루빅토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방사성의약품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후 출시 첫 해 2억7100만달러(한화 약 3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 9억8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했다. 오는 2028년에는 38억7000만달러(약 5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방사성의약품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암, 알츠하이머병,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유병률 증가로 질병 진단·치료 분야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방사성의약품은 총 67종으로, 이 중 54종이 진단에, 13종이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은 최근 R&D가 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임상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ADC의 항체는 일반적으로 150kDa의 큰 분자량을 갖고 있어 조밀한 세포간질(Dense Stroma)로 된 차가운 종양으로 침투하는데 제한적이며, 암세포 대부분에 다제내성(MDR)이 발현돼 페이로드 약물이 세포 밖으로 배출돼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반면 방사성의약품은 펩타이드나 저분자화합물을 리간드로 사용해 약물 침투력을 높이고, 다제내성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아 세포 사멸과 면역 활성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간드와 페이로드를 연결하는 링커가 하나의 약물 구조를 이루는 점에서 요새 떠오르고 있는 ADC와 방사성의약품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며 “플랫폼 기술에 있어 ADC와 방사성의약품은 약물의 구조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페이로드가 암세포를 사멸한다는 약리 기전도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플루빅토가 출시 2년 만에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하며 기업들의 방사성의약품 파이프라인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서 “선도적으로 임상에 진입한 약물은 향후 2년 내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밝은 시장 전망에 국내 기업들 R&D 활발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시장 전망도 밝다. 한국바이오협회 ‘방사성의약품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7억4000만달러(약 9조6430억원)에 달했다. 이후엔 연평균 7.53% 성장해 오는 2034년엔 약 144억4000만달러(약 20조6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긍정적인 시장 전망에 듀켐바이오, SK바이오팜, 퓨쳐켐, 셀비온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듀켐바이오는 PSMA 표적 PET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프로스타시크’(18F-플로투폴라스타트)를 출시했다. 프로스타시크는 중등도 이상의 전이 위험을 가진 전립선암 환자와 초기 수술 또는 방사선 치료 후 PSA(전립선 특이 항원) 수치 상승으로 재발이 의심되는 환자의 정밀 평가에 활용되며 보험급여까지 적용받았다. 최근엔 파킨슨병 진단용 PET 방사성의약품 ‘18F-FP-CIT’의 개발·제조·상용화를 위한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7월 홍콩 풀라이프테크놀로지스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과 ‘WT-7695’의 글로벌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도입하는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WT-7695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탄산탈수효소9(CA9)를 타깃으로 하는 저분자 기반 전임상 단계 RPT 후보물질로, 해당 분야에서 ‘베스트 인 클래스’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WT-7695는 전임상 단계에서 단회 투여만으로 루테슘-177과 Ac 표지체 모두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SKL35501은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20억원을 투자해 방사선 의과학 산업단지에 방사성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을 준공한 퓨쳐켐은 올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 ‘FC303’(플로스타민)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립선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FC705’은 미국 임상2a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선 임상 3상 진입을 위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 기업 현황.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셀비온은 mCRPC를 적응증으로 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177Lu-포큐보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포큐보타이드는 올해 2분기 국내 임상 2상이 완료돼 탑라인 결과가 발표됐으며,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제11호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로 선정돼 조기 허가 가능성까지 확보했다. mCRPC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보면, 포큐보타이드의 반응률(ORR)은 35.9%(CR 8.97%, PR 26.92%)로 플루빅토(ORR 29.8%) 대비 양호한 반응률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셀비온은 식약처로부터 오는 2026년 포큐보타이드의 상반기 조건부 허가 승인과 당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셀비온 관계자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에서 매년 분기별로 개최되는 글로벌 기술이전 전시회에 참가해 잠재적 고객사를 만나 자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소개하고 있다”며 “최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바이오 유럽 2025’에선 노바티스를 포함해 총 30개 업체와 기술이전 및 신약 공동개발 파트너십 미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활동 범위를 확대할 경우 가까운 시일 내 성공적인 기술이전 빅딜 성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내년엔 보다 다양한 기술이전 전시회에 참가해 공격적인 기술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