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7월, 8월, 10에 이어 네 번째 연속 동결 결정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턱밑까지 치솟고 있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개월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으로 금통위 내 ‘인하 가능성’과 ‘동결’ 의견이 3대 3이라는 점을 밝혔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1년 7개월 간 동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0.25%p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11월까지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려 완화 기조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선 1월·4월 동결, 2월·5월 인하에 이어 7월·8월·10월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환율·부동산·성장 회복 등 고려…금리 동결
금리 동결 배경에는 널뛰는 환율이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를 돌파하는 등 고환율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오른 1468.5원에 개장했다.
이 총재는 최근 고환율의 원인이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에 있다며 과거와 다른 패턴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미 금리차 때문이 아니고, 단지 해외 주식 투자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젊은 분들이 ‘쿨하다’, 해외 투자를 많이 하는데 환율이 변동될 때 위험 관리가 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만의 유니크한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이) 외국인에 의해 주도된 것이라면 변화가 어렵겠지만, 우리(내국인)의 쏠림을 막아주면 빠르게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과거 외채가 많았을 때와 달리 시장에서 금융위기를 얘기하지 않는 것처럼 외환시장 불안은 없다”며 “대신 고환율로 인해 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시장도 금리 인하 부담 요인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6·27 대책을 시작으로 9월과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근본적인 공급 부족 문제와 FOMO(소외 공포) 현상이 불안 심리를 자극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가격 상승폭과 거래량이 둔화됐으나 가격 상승 기대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가계 부채와 외환시장 상황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주택 시장의 높은 가격 상승 기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 부채도 10·15 대책 이전 늘어난 주택 거래의 영향으로 증가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계속 보이고 있어 물가와 금융 안정에 미칠 영향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내년도 성장률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금리 인하 근거를 약화시켰다. 전 세계적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반도체가 공급 부족을 겪으며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확장 재정이 내수를 견인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9%에서 0.1%로 올려잡았다. 내년 성장률 역시 1.6%에서 1.8%로 0.2%p 상향 조정했다.
‘금리 인하’ 기조 완화…“인상 논의 단계는 아냐”
이날 금통위에서는 신성환 금통위원만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향후 성장률과 물가 경로가 상향 조정됐음에도 민간 실질 부문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한 금통위 내부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3개월 후 금리를 연 2.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3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설명했다.
동결 가능성 의견을 낸 위원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물가 우려가 커진 점을 고려했다.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은 성장 경로의 상·하방 위험이 있고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금통위는 이날 의결문에서 추가 ‘금리 인하’ 관련 문구를 다소 누그러진 어조로 수정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 및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는 “성장의 하방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 이 과정에서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흐름 및 금융 안정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춘 뒤 줄곧 의결문에 금리인하 기조를 밝혀왔다.
다만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현시점과 3개월 뒤 전망을 얘기할 때 금통위원 중 금리 인상 가능성 논의하자고 한 분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