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사태를 불러일으킨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좌지우지된 것으로 드러났다. 논리적 정합성이 미흡한 추계에 근거해 증원 규모를 부실하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7일 발표한 ‘의대 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추진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안은 △의대생 부족 추계 부정확 △의사단체와 증원 규모 논의 과정 부족 △교육부 배정위원회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의 “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거듭된 요청으로 증원 규모가 500명에서 1000명, 2000명으로 고무줄처럼 늘어난 결정 과정도 공개됐다.
이번 감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이 처음으로 논의된 시점은 2022년 8월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였다. 윤 전 대통령이 당시 논란이 됐던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 사건의 배경을 묻자 복지부는 “의사 수 절대 부족이 원인”이라며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윤 전 대통령은 “필요한 만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복지부는 이후 10개월 뒤인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에게 2025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00명씩 총 3000명을 늘리는 방안을 보고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매년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며 이 방안을 반려했다. 복지부는 4개월 뒤 다시 2025~2027년 3년 동안 매년 1000명씩 늘리고, 2028년엔 2000명을 증원해 4년간 총 5000명을 증원하는 대책을 보고했다. 이 방안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거듭 반려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조규홍 전 복지부 장관에게 ‘2000명 일괄 증원안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첫해에는 900명 등 총 7800명을 5년간 증원하는 1안과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을 늘리는 2안을 대통령실에 보고, 결국 2안이 채택됐다. 조 전 장관은 1안을 추천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증원 단계마다 (의료계와) 갈등이 초래된다”며 2안인 일괄 증원안을 고집했다.
부족한 의사 수에 대한 추산은 엉터리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의료취약지의 부족한 의사 수를 현재 시점의 부족한 의사 수로 해석하거나, 시점이 다른 현재·미래 부족 의사 수를 단순 합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5000명으로 보더라도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 효과 등을 보정하지 않고 1만명과 단순 합산함으로써 전체 숫자가 부정확하게 산출됐다”고 지적했다.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대 증원 규모 등을 논의하기로 한 지난 2020년의 의정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 또 의대 증원에 따른 배정 인원을 결정하기 위한 배정위원회에는 정작 교육여건을 평가할 만한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학별 현장점검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대가 임상실습 병원 완공 시점을 실제보다 앞당겨 제출했으나 검증 없이 반영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의대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상정해 2024년 2월 문제의 의료개혁안을 발표했다. 그 결과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떠나 사직하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포함한 의사단체들은 거리로 나왔다. 병원들은 적자에 시달리며 진료·수술을 줄였고, 환자들은 치료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했다. ‘응급실 뺑뺑이’는 일상이 됐으며, 건강보험 재정 등 사회적 재원이 낭비됐다.
향후 의대 증원 규모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감사원은 복지부에 추계위의 논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통보했다. 교육부에는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에 타당성과 형평성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