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이 동작 중인 전자 소자의 열 흐름을 94㎚(나노미터) 수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열영상 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KBSI 연구장비개발부 장기수 박사팀은 ‘주사 광학 탐침 열반사 현미경(SPTRM)’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SPTRM은 빛의 반사율 변화를 이용해 온도를 이미지로 변환하는 기술을 적용, 물체의 온도가 달라지면 빛이 반사되는 강도도 아주 조금 변할 때 미세한 변화를 탐지해 열분포를 정밀하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기존 적외선(IR) 열영상으로는 식별하지 못한 초미세 발열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어, AI 반도체와 3D 적층 소자처럼 고발열이 심한 차세대 전자 소자의 성능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최근 AI 칩은 초고집적 구조와 대량 연산 특성 때문에 순간적으로 큰 전력을 소모하며 많은 열을 낸다.
발열은 성능 저하와 오작동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지만, 반도체 선폭이 100㎚ 이하로 작아지면서 기존 적외선 카메라의 ㎛ 수준 해상도로는 문제 지점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세계 최초 나노급 열영상 현미경
연구팀이 개발한 SPTRM은 기존 열영상 기술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SPTRM은 탐침이 소자 표면에 직접 닿지 않는 비접촉 방식을 사용해 미세하고 취약한 구조가 측정 과정에서 긁히거나 변형되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에 따라 나노 단위의 섬세한 반도체 구조를 안전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SPTRM은 열을 측정할 때 전기 신호 대신 온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빛의 반사율’을 이용한다.
기존 전기 기반 측정법은 소자 내부를 흐르는 전류나 인가전압이 간섭을 일으켜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SPTRM은 광학 신호만 분석하기 때문에 동작 중인 소자에서도 전기적 잡음 없이 순수한 열 정보만을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 SPTRM은 빛이 좁은 구멍을 통과할 때 퍼지는 회절 현상 때문에 일반 광학 현미경이 가지는 해상도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팀은 지름 50㎚의 광섬유 탐침을 표면과 매우 가깝게 유지하도록 ‘전단력 피드백 기술’을 적용, 탐침에서 나오는 빛이 퍼지는 현상을 최소화했다. 이때 탐침에서 나간 빛과 반사돼 돌아오는 빛이 같은 광섬유를 통해 이동하도록 설계해 신호 손실과 정렬 오차도 크게 줄였다.
이런 구조는 기존 적외선(IR) 현미경으로는 구분할 수 없었던 100㎚ 발열 패턴을 94㎚ 해상도로 뚜렷하게 이미징함을 확인했다.
특히 SPTRM은 측정 파장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재료 특성에 따라 최적의 민감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기술은 AI 반도체의 미세 발열 분석, 전력반도체 및 3D 적층 구조의 과열 구간 탐지, 메모리 소자의 동작 신뢰성 검증, 마이크로 LED·RF 소자·MEMS·포토닉스 극미세 발열 특성 제어 등 다양한 전자·광전자 소자 연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원인 파악이 어려웠던 반도체 공정 결함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어 개발 기간을 단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 박사는 “이 기술은 발열 원인을 조기에 찾아 소자의 고장 및 성능 감소 위험을 낮추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자에 닿지 않고 열 분포를 이미징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측정 신뢰도가 높아 반도체 공정 불량 탐지, 전자기기 신뢰성 평가에 널리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IEEE Transactions on Instrumentation and Measurement’에 게재됐다.
(논문명: Scanning-Probe-Based Noncontact Thermoreflectance Microscopy With Subwavelength Resolution, [IF=5.9, JCR 상위 8.2%] / 저자 제1저자 정문경 박사·한일규 박사, 교신저자 장기수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