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연료전지 촉매 만드는 ‘복덩이’로 바뀌다

[쿠키과학] 침묵의 살인자 ‘일산화탄소’, 연료전지 촉매 만드는 ‘복덩이’로 바뀌다

에너지연, 일산화탄소 활용 0.3㎚ 두께 금속 박막 정밀제어 성공
공정시간 10분의 1, 백금 사용량 줄이면서 ORR 2배, 내구성 1.5배 향상

기사승인 2025-11-27 16:05:58
일산화탄소(CO)를 이용한 코어-쉘(core–shell) 나노입자 합성 과정 모식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수소연료전지연구실 박구곤·권용민·이은직 박사팀이 인체에 유해한 일산화탄소를 활용해 금속을 0.3㎚(나노미터) 수준으로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좌우하는 ‘코어-쉘 촉매’를 기존보다 쉽고 빠르게 생산할 수 있어 관련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된다.

코어-쉘 구조 촉매는 촉매를 구성하는 알맹이와 껍질을 서로 다른 금속으로 만든 촉매를 의미한다. 

대체로 코어에는 저가 금속이 활용되고, 껍질인 쉘은 연료전지의 반응을 촉진하는 백금이 쓰인다.

이를 활용하면 값비싼 백금을 소량만 사용해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연료전지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고성능 코어-쉘 구조를 만들려면 0.3㎚ 수준의 쉘을 코어 표면에 정밀 코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코어에 저가 금속인 구리를 얇게 깔고, 그 위에 백금을 증착하는 ‘언더포텐셜 구리 증착법(Cu-UPD)’을 주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구리를 원자층 수준으로 코팅하기 위해 매우 정밀한 전압 조절과 금속 표면의 산화물층을 제거하는 추가 공정, 그리고 별도의 환원제도 필요하다. 

때문에 대량생산 과정이 복잡해지고, 생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산화탄소의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한 ‘일산화탄소 흡착 유도 증착법(CO AID)’을 개발했다. 

이를 활용하면 기존 방식에서 요구하는 추가 공정과 환원제 없이도 금속을 정밀 코팅할 수 있어 공정에 들이는 시간을 기존 공정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일산화탄소가 가진 강한 흡착력에 주목했다. 

일산화탄소는 금속에 흡착하는 성질이 있어 사람이 흡입하면 혈액 속의 철 이온에 강하게 흡착하고, 산소 운반을 막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착안한 연구팀은 일산화탄소를 코어 금속의 표면에 단일 분자층 형태로 흡착시켰다.

이후 분자층 위에 백금 입자만 선택적으로 환원시켜 0.3㎚ 수준 두께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최소 30분에서 최대 2시간 이내에 ㎏ 단위의 코어쉘 촉매를 합성, 약 24시간 이상 소요되는 기존 구리 증착법의 공정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또 일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산화-환원 반응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전기화학 장치나 환원제 없이 공정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팔라듐, 금, 이리듐 등의 금속에 백금을 얇게 입힌 코어-쉘 구조 촉매를 제작했다.

다양한 중심 금속(core) 조합과 표면 금속 두께 조절이 가능한 CO 흡착 유도 증착(CO-AID) 기반 코어-쉘(core–shell) 합성 개념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이 중 팔라듐 기반의 백금 코어-쉘 촉매는 상용화된 백금/탄소(Pt/C) 촉매보다 산소환원반응(ORR)은 약 2배, 내구성은 1.5배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박구곤 박사는 “일산화탄소의 유해성을 나노 수준 박막 제어의 도구로 전환시킨 발상에서 출발해 원자단위에서 물질을 정밀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합성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기존 공정시간을 대폭 단축해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용민 박사는 “일산화탄소라는 간단한 분자를 활용해 원자층 수준에서 금속 나노입자 표면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연료전지 촉매 제조 공정뿐만 아니라 반도체, 박막 소재 등 나노입자 제조 기술 고도화에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IF 16.1)’지 11월호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