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이견이 이어지면서 제도화가 늦어지고 있다. 정부가 다음 달 초 관련 방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업계의 불확실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결제 시장 변화를 대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제출하기 위한 스테이블코인 규제 관련 정부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일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제도화 2단계’ 정부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회를 개최한다.
당초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포함한 가상자산 제도화 2단계 법안을 연내 입법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관 기관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연내 입법 가능성이 옅어진 상황이다. 이에 시장은 정부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금·채권 등 실물자산 가치를 1:1로 연동해 기존 암호자산에 비해 변동성을 낮춘 디지털자산으로, 민간이 발행한다.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가치가 원화에 고정된 디지털 화폐다.
시각차를 보이는 대표적인 두 기관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다. 한은은 금산분리 원칙과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은행’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주도적 역할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발행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 인가를 신청하는 업체의 지분 51% 이상은 반드시 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위와 국회는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성 저하를 우려하며 핀테크 등 민간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생산성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혁신의 기회를 열어주는 쪽에 접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은행에 발행을 허용해 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감독권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공동검사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감독과 관련한 한국은행 등에 긴급조치명령 요청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멈추지 않는 은행권 준비…“결제 시장에 큰 변화 불러올 것”
은행권은 발행 주체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스테이블코인 사업 준비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화든 달러든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되면 결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상용화 우려도 있지만, 성공 시 파급력이 큰 만큼 은행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시장에서 은행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라 적극적인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은행권은 기술검증(PoC)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프로젝트 팍스’는 한국과 일본 양국 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송금 기술검증 사업이다. 올해 9월 신한은행, NH농협은행, 케이뱅크가 협업해 1단계 검증을 마쳤다. 최근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프로젝트 팍스’의 2단계 사업에 동참하며 덩치가 커지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서도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6월 진행한 CBDC 시범사업 ‘프로젝트 한강’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신한은행의 혁신금융서비스 ‘땡겨요’가 ‘프로젝트 한강’ 결제 가맹점으로 참여했으며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등도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한은은 현재 ‘프로젝트 한강’ 2차 시범사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는 그룹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3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주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도 IBK기업은행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협력을 제안하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지주 차원의 디지털자산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 준비를 공식화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업비트-네이버파이낸셜 합병 등 빅테크 기업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기존 은행권끼리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제도권에서 통제되고 안정성을 갖춘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