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시선]상처만 남기고 중단 수순 들어간 ‘완주·전주 통합’

[편집자시선]상처만 남기고 중단 수순 들어간 ‘완주·전주 통합’

통합 물리적 시간 부족…우범기 시장 ‘민선8기서 쉽지 않다’ 첫 언급
양측 사생결단식 대립, 행정안전부 입장 표명 없이 수수방관도 ‘한 몫’

기사승인 2025-12-01 10:59:19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유희태 완주군수가 지난 2022년 11월 14일 전주·완주 상생협력사업 협약식을 갖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주요 현안인 완주·전주 통합이 민선 8기에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북자치도와 전주시가 목표로 한 2026년 6월 통합시장 선출은 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를 최종 결정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주민투표에 대한 입장 발표를 미루는 사이 지역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지고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주·전주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우범기 전주시장이 지난 25일 ‘통합은 민선 8기에서 쉽지 않다’는 견해를 처음 밝혔다. 전주시의 외연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친 우 시장이 발을 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우 시장은 27일 “통합 추진 절차는 절대 끝나지 않았다.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을 바꿨다. 우 시장은 자신의 발언이 ‘통합 무산 논란’으로 번질 기미가 보이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지속적으로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투표를 건의하겠다고”도 했다.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는 전주·완주 통합과 관련한 여러 움직임이 있다며 “민선 8기 내 전주·완주 통합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으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임기 끝까지 반전을 만들려 하거나 기다리는 모양새로 우 시장의 시각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김 지사는 “완주·전주 통합이 무산되면 패배주의가 확산될 개연성이 있다”고 강조하지만, 지난 7월 시작한 ‘완주 살이’도 끝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우범기 전주시장과 유희태 완주군수는 완주·전주 통합 관련 세 차례 양자 토론을 가졌지만 공론화 필요성을 제외하고는 통합 방식(주민주표·여론조사)을 비롯해 모든 분야에서 의견이 달랐다. 우 시장은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유 군수는 ‘완주군의 독자 생존’을 역설했고, 통합 주체를 두고도 우 시장은 “완주군민들이 서명을 통해 주민투표를 요청했다”고 말했고, 유 군수는 “주민 발의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관이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는 통합을 통해 광역도시의 기틀 마련과 성장 동력 확보를 주장하는 전주시와 찬성 측, 흡수 소멸로 정체성과 자치권 상실을 외치는 완주군과 반대 측의 주장이 양보 없는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 찾기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양측의 사생결단식 대립에도 이를 중재해야 할 정부는 아직껏 이렇다 할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윤호중 행안부장관과 김 지사, 국회 안호영․이성윤의원, 우 전주시장, 유 완주군수 등 이른바 6자 간담회를 열고 최종 결정을 윤 장관에게 일임키로 했으나 행안부는 지역 합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결정을 기약 없이 미루고만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난 1997년 처음 시작된 이래 2007년, 2013년 총 세 차례에 걸친 공식 논의와 추진이 모두 좌절됐다. 특히 2013년 주민투표에서는 세금 증가, 혐오시설 집중, 예산 감소 등 이른바 ‘3대 폭탄’에 대한 정보가 지역사회에 퍼지면서 완주 주민들의 불안과 오해가 해소되지 못한 채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왔다.

통합을 위해서는 행안부의 주민투표 권고→주민투표→통합시 명칭 짓기→특별법 제정→국회 통과 등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주민투표법에 공직선거법을 따르는 선거가 실시되는 때에 선거 60일 전부터 선거일까지 주민투표를 발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민투표가 실시되더라도 지방선거 이후가 될 수밖에 없다.
 
전북자치도의회에서도 전북자치도가 완주·전주 통합에 과도한 행정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정의 주요 정책보다 통합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행정의 우선순위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통합 논의보다 민생과 경제 현안에 도정의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상처만 남긴 채 중단 수순에 들어 간 통합 논의가 매듭 없이 지루하게 이어질 경우 지역 분열과 갈등이 고착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통합과 관련된 3개 지자체가 어느 정도 통합 논의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 지사와 우 시장에 대해 통합을 주장해 갈등과 분열을 조장했다는 정치적 책임론도 나올 수 있다. 

전북은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로 지역소멸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 지역 통합과 메가시티에 대한 당위성은 있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중단된 마당에 김제, 익산 등 전주 주변 여러 지자체를 아우르는 ‘메가 전주’의 논의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