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기업과 연구원이 한 공간에서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공동사업화랩(1-TEAM LAB)’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성과를 잇달아 선보여 화제다.
특히 ETRI의 원천기술과 기업의 제품개발 능력이 결합돼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연구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어 기술 개발부터 시장 진입까지의 시간을 대폭 줄이는 혁신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ETRI 공동사업화랩은 기업이 연구원 내 전용공간에 최대 2년 동안 입주하면서 연구자와 상시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개방형 연구개발(R&D) 공간이다.
입주기업은 제품 디자인, 회로기판 제작(PCB), 표면실장기술(SMT), 금형 제작, 소프트웨어 시험·검증, 해외 판로 개척, NEP‧NET 인증까지 사업화 전 과정을 패키지로 지원받는다.
이런 체계는 연구성과가 시제품 제작부터 시장 진입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업 단독개발 때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블루타일랩, 국내 첫 920㎚ 펨토초 레이저 개발
블루타일랩은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과 함께 국내 최초로 근적외선 920㎚(나노미터) 파장 펨토초 광섬유 레이저 개발에 성공했다.
펨토초 레이저는 1조 분의 1초보다 1000배 더 짧은 매우 빠른 빛 펄스다.
이 레이저는 형광염료를 주입하지 않아도 세포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형광’을 활용해 깊은 조직까지 관찰할 수 있어 차세대 이광자 현미경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블루타일랩은 기술 고도화를 위해 소산성 솔리톤 구조를 적용한 광원 분석을 수행했고, 실제 장비 성능을 확보해 미국 특허 2건 공동 출원, SCI급 논문 발표, 누적투자 97억 원, 이노비즈 인증, 대한민국 혁신창업대상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향후 펨토초, 피코초 레이저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산업용 초고속 레이저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더피치, 군용 종이드론 4K 관제기술 개발
드론기업 더피치는 ETRI 에어모빌리티연구본부와 함께 군용 종이드론 ‘PapyDrone-800’에 최적화된 4K 영상·센서 기반 관제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초저지연 4K 영상 스트리밍과 표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며, 여기에 ETRI가 보유한 데이터·5G·인공지능 통합(DNA+) 드론기술을 결합해 군 작전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상황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더피치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국산화율 80%의 종이드론을 출시, 현재 UAE 등 해외 군수시장과 수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또 ‘DSK 2025’, ‘ADEX Seoul 2025’ 등 대형 전시회에서도 제품성을 입증했다.
개발기간 절반 단축
기업이 기술을 단독 개발해 시장에 진입하려면 평균 3~5년이 걸리지만, ETRI 공동사업화랩 참여기업은 평균 1~2년 만에 사업화가 가능하다.
실제 개발기간 단축은 블루타일랩이 6개월, 더피치는 12개월 줄였고, 개발 비용도 수억 원 단위로 절감했다.
기업 만족도 역시 블루타일랩은 10점 만점에 9점, 더피치는 8점을 기록했다.
방승찬 ETRI 원장은 “공동사업화랩은 연구부서와 기업이 하나의 팀으로 움직일 때 어떤 성과가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며 “기업의 시장 진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연구성과 기반 기술사업화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