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뒤바뀐 정치권 풍토…“생존투쟁만 남아”

12·3 비상계엄 1년, 뒤바뀐 정치권 풍토…“생존투쟁만 남아”

與, 野 위헌정당·3대특검 압박…尹 관저, 45인 제명건의안 제출
野, 10·15 부동산 대책과 원·달러 환율 등 경제정책 비판…대장동 항소 포기 국정조사 압박
민주당, ‘1인 1표제’ 당정갈등 문제로 내홍…국힘, 장동혁 지도부와 친한계 재격돌
김철현 “비상계엄, 정치권에 깊은 상처”…최요한 “생존투쟁 정치권 뉴노멀”

기사승인 2025-12-03 11:00:04 업데이트 2025-12-03 17:57:51
지난해 12월 4일 국회 5문 앞에 모인 시민들이 계엄령 해제 이후 나오는 군인들을 향해 박수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있다. 임현범 기자

45년 만에 벌어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치권 풍토가 생존투쟁으로 변했다. 여야는 서로 내란세력·입법독재 등을 언급하면서 무너뜨리기 위해 격돌했다. 양당은 내부적으로 계파 갈등까지 끌어안고, 이분법적인 정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3일 비상계엄 사태 벌어진 지 1년이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23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과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오후 11시 국회 인근 출입문이 모두 닫혔다. 국회 주변에는 비상계엄 사태를 막기 위해 달려온 시민과 경찰들의 대치상태가 벌어졌다. 경내에는 계엄군들이 창문을 깨고 들어왔고, 본회의장을 두고 국회 보좌진과 대치상태에 돌입했다.

결국 12월 4일 새벽 1시경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가 의결됐다. 당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온 국회의원 18명도 표결에 참석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군·경찰에게 국회 경내 퇴장을 명령했다.

비상계엄이 불러온 ‘생존투쟁’…이분법 정치 

여야의 정치투쟁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동훈 지도부’를 해체하고 내란죄 여부를 따지면서 위헌정당 압박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에 모인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건의안을 제출했다.

여당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을 가동해 야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권성동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옥상으로 와라”, “한주먹거리” 등의 막말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내란전담특별재판부와 법 왜곡죄, 2차 종합특검 연장 등으로 야당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행보를 두고, 지방선거용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국민의힘에서도 10·15 부동산 대책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원·달러 환율 문제 등으로 정부·여당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투기로 보는 잘못된 인식을 했다면서 당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자 외교 실패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로 사라진 7800여억원을 환수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하자고 몰아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여당에서 제안한 법사위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독자적인 상임위 운영 금지와 여야 증인 공동채택을 촉구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이 이재명 대통령과 연관된 만큼 가볍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당내에서도 벌어지는 계파투쟁…심해지는 암투

 
민주당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문제로 지도부와 현역 국회의원, 당원 간 잡음이 발생했다. 여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원주권 정당 실현을 위한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지만, 당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현역의원들도 제도를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1인 1표를 그대로 처리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영남 등 전략지역 가중치를 고려한 추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합의된 수정안이 나오지 않으면 오는 5일 중앙위원회에서는 지방선거 공천 규칙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지도부 사퇴 기준과 1인 1표제의 형평성을 꼬집었다. 그는 “대부분 당직자는 당헌·당규에 따라 상위직에 도전할 때 사퇴를 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그렇지 않다”며 “이런 예외상황은 1인 1표 원칙이 지향하는 민주적 운영 원리와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도 ‘당원게시판 논란’ 재조사와 ‘12·3 비상계엄 대국민 사과’로 당내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장동혁 지도부는 친한계를 겨냥해 탄핵의 책임을 물으면서 내부총질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친한계는 당원게시판 논란 재조사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받아쳤다.

당 일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장 대표는 수석최고위원 시절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며 “재조사 시기가 좋지 않다. 당내에서 대국민 사과 요구가 커지자 내부결속을 노린 듯하다”고 평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쿠키뉴스 자료사진

비상계엄이 불러온 ‘뉴노멀’…후유증 오래갈 것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권의 풍토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생존·투쟁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의 갈등이 당 외부와 내부를 가리지 않고 첨예해졌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경일대 특임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비상계엄 당시 체포조 운영으로 양당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매해 12월 3일이 될 때마다 비상계엄이 되새겨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마다 국민의힘도 위헌정당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반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강성보수와 중도보수는 다음 의제를 위한 주도권 전쟁이 돌입했다. 패배하는 쪽은 정치적 입지를 유지할 수 없게 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며 “민주당도 이재명 정부의 주도권과 정청래 대표의 당권 강화 사이에서 계파의 생존투쟁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은 생존과 투쟁이라는 ‘뉴노멀’을 맞이하게 됐다. 민주당의 계엄 트라우마와 국민의힘의 생존이 맞물렸다”며 “여야는 계엄 이후 리더십이 부족한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국회의원들이 각자 안위를 지키기 바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당은 내란을 말하고 있지만, 내부권력 투쟁으로 힘을 빼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전 당내 두 번째 계파인 친한계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한 전 대표의 약한 고리인 당원게시판 논란을 재조사해 완전히 몰아내려 한다”고 평가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