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기본법 발의 1주년, 법안 논의는 함흥차사[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환자기본법 발의 1주년, 법안 논의는 함흥차사[안기종의 환자 샤우팅]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기사승인 2025-12-03 14:58:33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9월2일 국회 앞에서 환자기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제공

오늘(12월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자, 환자의 투병과 권리 증진을 위한 ‘환자기본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날이다. 위헌적 비상계엄 사태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이재명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고, 1년 7개월간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발생한 의료공백도 전공의 복귀와 함께 일단락됐다. 그러나 정작 의료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인 환자들이 요구해 발의된 환자기본법은 여전히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 요구 법안은 통과…환자 법안만 멈춰 섰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지역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지역의사제법’ 제정안과 비대면진료 제도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의료계 반발로 난항을 겪어온 법안들이지만, 장기간 의료공백 사태를 거치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전공의 근무시간을 24시간 이내로 제한한 ‘전공의법’, 응급의료종사자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됐다.

그러나 이번 본회의에서 환자를 위한 법안은 단 한 건도 다뤄지지 않았다.

의료계 관련 법안은 속도감 있게 처리된 반면, 의정 갈등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환자의 목소리는 국회 논의조차 시작되지 못했다.

국회 앞 91일째 1인 시위…멈춘 환자보호 3법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10개 환자단체는 지난 7월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로 91일째다.

이들이 요구하는 법안은 ‘환자보호 3법’으로, 환자기본법안(남인순 의원),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박주민 의원),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수진 의원)을 통칭한다.

이 3개 법안은 두 차례의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공백 사태 동안 생명과 치료 기회를 잃어야 했던 환자들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요구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핵심 법안인 환자기본법은 발의 이후 1년째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환자 중심 의료체계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

지난 1년 7개월간의 의정 갈등 과정에서 국민과 환자는 우리 의료체계가 ‘환자 중심’이 아닌 ‘의사 중심’ 구조라는 현실을 확인했다. 투병 과정과 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기반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점도 드러났다.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법이 환자기본법이다.

환자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세우자는 요청이지만, 국회는 1년째 손을 놓고 있다.
의료계 요구 법안들이 일제히 처리된 지금, 국회가 더 늦기 전에 환자를 위한 입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의료공백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환자의 피해를 제도적으로 보상하기 위해서도 환자보호 3법은 더는 미뤄질 수 없다.

국회와 정부는 환자를 위한 입법에 즉시 나서야 한다

국회는 의료계 달래기에 집중된 입법 흐름에서 벗어나,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환자들을 위한 입법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환자기본법’,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 ‘필수의료 공백 방지 의료법’ 등 환자보호 3법 처리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회의 책임이다.

정부 또한 국회 입법 과정에 책임 있게 협력해, 환자 중심 의료체계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환자기본법 제정은 선택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