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12·3 비상계엄 1년 사과 메시지가 엇갈리면서 당내 잡음이 커지고 있다. 당에서는 ‘투트랙 메시지’라고 했지만, 제대로 된 해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대표의 발언이 당 차원의 사과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4일 장 대표의 비상계엄 메시지 수습에 나섰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각각 메시지를 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해 12월 7일 사과입장을 밝힌 적 있다”며 “장 대표의 메시지는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두 메시지가 다르게 보였다는 지적이 있지만, 장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과정과 맥락을 전달한 것”이라며 “송 원내대표는 사과를 중심으로 국민께 입장을 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 수습에 들어간 것은 당 투톱인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발언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 이후 벌어진 탄핵은 한국 정치에 연속적인 비극을 낳았다”며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한 국민의힘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송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당 소속 107명의 국회의원을 대표해 지난 1년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당 내부와 외부에서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한 25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약속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비상계엄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성취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짓밟은 반헌법·민주적 행동”이라며 “잘못을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비상계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계엄 주도 세력과 정치적으로 단절하겠다. 국민께 고통과 혼란을 드려 사죄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계엄 직후 낸 비판성명은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지지자와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담아 발표한 공식 메시지”라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비상계엄이었지만,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앞장서서 막았던 그날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당 차원에서 세 차례 사과가 이어졌지만, 장 대표의 메시지 탓에 혼선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장 대표의 계엄해제 표결에 참석 문제까지 언급됐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 대표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데 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면서 다른 사과의 진위까지 의심받게 했다”며 “지방선거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민주당에 불을 붙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김준우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 대표가 얘기한 게 다른 의미의 계몽령이 아니냐. 계엄이 정당했다는 점을 피력하는 메시지였다”며 “비상계엄 1년을 맞아 반성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 장 대표는 비상계엄 당시 18명 중 한 명으로 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장 대표의 계엄 옹호발언으로 당이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통화에서 “장 대표는 강성지지층의 지원으로 당대표가 된 만큼 팬덤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은 내란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의 방향을 결정하는 당대표의 메시지가 틀어지면서 송 원내대표와 25명의 의원, 한 전 대표의 사과 메시지가 흔들렸다”며 “이 상태로 가면 당을 고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