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없는 진옥동 2기, 비은행·밸류업·생산적 금융은 과제

이변 없는 진옥동 2기, 비은행·밸류업·생산적 금융은 과제

내년 3월 주총 최종 선임… 2029년까지 연장
“밸류업 프로젝트 및 내실 경영 강화에서 높은 점수”
진옥동 2기 체제, 남은 건 비은행 강화·생산금융

기사승인 2025-12-04 17:59:50
연임에 성공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4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진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의결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차기 대표이사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진 회장은 향후 3년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과 비은행 부문 강화에 집중하며 ‘일류(一流) 신한’ 달성을 향한 경쟁력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신한금융 회추위는 4일 진 회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최종 후보 선정을 위한 표결은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추위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추위는 이날 진 회장 추천 사유로 주주 가치 제고, 주요 경영지표 개선 등을 꼽았다. 곽수근 회추위원장은 “진옥동 후보는 신한금융 대표이사 회장으로 통찰력, 도덕성, 조직 역량 등을 두루 갖췄다”며 “재임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검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단순 재무적 성과를 넘어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한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가치를 한 단계 레벨업 시킨 점, 내실 경영을 강화한 점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당초부터 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진 회장은 재임 기간 호실적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23년 3월 진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은 해마다 최대 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4조원 시대’를 열었고, 올해는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조4609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대출 성장, 비은행 수수료 이익 증가 등으로 실적이 고루 안정세를 보인 덕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주주총회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연임을 확정지은 셈이다.

밸류업 정책과 주주환원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은 △ROE 10% △ROTCE 11.5% △주주환원율 50% 수준 확대 △주식 수 4억5000만주까지 감축 등을 2027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밸류업 로드맵을 내놓은 바 있다. 주주환원의 핵심 지표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은 3분기 기준 13.56%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진 회장은 이날 회추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연임이라는 단어에 대해 굉장한 무게감을 느낀다”며 “어제 준비했을 때 생각과 오늘 이사회에서 다시 정리하는 순간이 또 다른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많이 성원해 주신 주변 분들, 주주, 고객분들과 직원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무엇보다 그 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영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 열린 신한금융그룹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옥동 2기 체제, 남은 건 비은행 강화·생산금융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한 진옥동 회장 2기 체제는 △리딩금융 재탈환 △비은행 부문 의존도 개선 △생산적 금융 정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먼저 ‘리딩금융’ 탈환을 위한 재정비가 과제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 4조4609억원의 역대 최고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KB금융(5조1217억원)에 밀려 리딩금융 자리를 내줬다. 특히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순익 격차(3분기 누적 기준)가 근소한 만큼, 은행 간 경쟁 우위 확보가 시급하다.

핵심은 비은행 부문 강화다. 올해 3분기 신한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는 24.8%로 KB금융(34.3%)과의 격차가 크다. 이에 신한금융은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집중해 올해 3분기 37%인 비은행 부문 의존도를 4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핵심 계열사인 신한라이프를 주축으로 신한카드, 신한투자증권의 영업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DX)과 글로벌 확장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베트남, 일본 등 기존 거점 외에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 신흥 시장에서의 수익 비중을 30%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청사진에서다. 진 회장 역시 “디지털 화폐 시대가 오고 있어 그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전통 금융이 디지털 화폐 시대로 갔을 때 무엇이 바뀔지 이젠 고민만 해서도 안 된다. 내년부터는 이를 하나씩 내재화시키고 체계화시켜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생산적 금융 전환과 건전성 관리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지난달 신한금융은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혁신산업 등 생산적 분야로 돌리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오는 2030년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11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진 회장은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 공급액 110조원 중 10조~15조원을 자체 투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다만 기업대출이 늘어날 경우 건전성 부담은 커진다. RWA가 늘어나면 은행의 핵심 자본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하락한다. CET1이 낮아지면 대출 여력뿐 아니라 주주환원 여력과 주가에도 영향을 준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맞춰야 하는 은행 입장에선, 정부 정책에 따라 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수록 자본 비율이 위험해지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진 회장은 “정부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증권회사 등 (투자) 회사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만큼 준비가 됐는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자본시장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하고, 정부 정책이 확실하게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가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류신한’을 위한 키워드로는 신뢰를 꼽았다. 진 회장은 “제 개인적인 신념은 ‘계속은 힘’이란 것”이라면서 “일류 신한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신뢰 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오래갈 수 있다”며 “앞으로 3년간 신뢰에 가장 큰 방점을 두고 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화두인 내부통제에 대해서도 신뢰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만간 계열사 인사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을 위원장으로 사외이사 4명이 포함된 자경위를 5일 열 계획이다. 진 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질적 성장이며 1기 때 가장 강조했던 건 PL(손익계산서) 중심 경영에서 밸런스 시트 중심의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한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선 밸런스 시트가 더 튼튼해야 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