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일찍 찾아오고 소비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겨울 패션 수요가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패딩·방한화 등 주요 품목 판매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나자 패션업계는 4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 판매 지표도 회복 흐름을 뒷받침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은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패딩 슈즈 등 방한화 판매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표 제품 ‘허들링 V2 판매량이 무려 428% 급증하며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플러피 부츠 V2’, ‘플러피 슬립온 V2’ 역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면서 보온성과 실용성을 갖춘 방한화가 빠르게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온용 액세서리 수요도 뚜렷하다. 생활문화기업 LF는 본격적인 한파와 함께 머플러·장갑 등 방한 액세서리가 겨울 패션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겨울 아우터 실루엣이 단순해진 트렌드 속에서 스타일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로 이동한 데다, 하나의 제품을 다양한 룩에 활용할 수 있는 경제성까지 더해지면서 수요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LF몰의 목도리 검색량은 전년 대비 47%, 핸드워머는 20%, 모자와 귀마개는 각각 15%, 10% 늘었다.
코오롱FnC의 프렌치 컨템포러리 브랜드 ‘이로(IRO)’도 가벼운 아우터 수요를 흡수하며 지난달 기준 전년 대비 168%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후드 디자인을 적용한 하프 기장 아우터가 특히 빠르게 판매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며 겨울 아우터 전반의 판매세도 탄력을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강추위 예고로 패딩·코트 등 헤비 아우터 수요가 증가했고, 주요 브랜드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다운 제품 관련 문의와 품절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진행된 주요 이커머스 할인 행사에서도 거래액이 확대되며 헤비 아우터가 거래액 확대를 견인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의류비 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가 100.0을 기록한 점도 회복 흐름을 뒷받침한다. 패션업계는 특히 4분기에 대한 기대가 크다. 4분기는 의류 시장에서 연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기이자 고단가 상품이 집중적으로 팔리는 시기다.
다만 올해 3분기까지 주요 패션 대기업들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4분기 부진이 연간 실적을 끌어 내렸고, 올해 역시 LF를 제외한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F&F 등 주요 기업 대다수가 감소세를 기록했다.
패션 기업들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12월 1주차부터 겨울 패션 시장이 확실히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백화점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주말을 중심으로 방한 상품 문의가 몰리고 있으며, 브랜드들은 재고 확보 및 생산 물량 조정을 이미 검토하는 등 대응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는 “소비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된 데다 고단가 패딩·코트 수요가 살아나고, 온라인 플랫폼 중심의 판매 구조가 다시 재편되면서 복합적인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이후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면서 방한화와 아우터 판매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관계자는 “최근 겨울 아우터 실루엣이 단순화되면서 스타일 포인트가 자연스럽게 액세서리로 이동했다”며 “목도리·핸드워머·귀마개 같은 방한 액세서리 검색량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인 것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이어 “해마다 4분기는 패션업계 실적을 결정짓는 최대 성수기인데, 올해는 연말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와 강추위가 겹치면서 회복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브랜드별 재고 확보와 공급 전략이 실제 매출 성과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