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한일, EU처럼 여권 없이 왕래해야”…국교정상화 60주년 新 ‘경제연대’ 논의

최태원 “한일, EU처럼 여권 없이 왕래해야”…국교정상화 60주년 新 ‘경제연대’ 논의

기사승인 2025-12-08 10:26:43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양국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한일 경제연대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일본상공회의소와 함께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한국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양재생 부산상의 회장, 박윤경 대구상의 회장, 박주봉 인천상의 회장, 한상원 광주상의 회장, 정태희 대전상의 회장, 이윤철 울산상의 회장, 양문석 제주상의 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개회사에서 “한국과 일본은 안팎으로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밖으로는 글로벌 통상 환경과 첨단기술 경쟁에 대응해야 하고 안으로는 저출생‧고령화, 지역소멸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도 산적해 있는 상황”이라며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이제는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내년부터 한일간 새로운 장을 열어 가기 위해 “한일간 협력이 말에만 그치지않고 성과를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모으고 직접실험을 해 보는 용기가 필요하다”라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의료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EU의 ‘솅겐 조약’처럼 한일간 여권 없이 왕래를 통한 관광 활성화 방안과 함께 한일 공동 관광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개회사를 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이날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미쓰비시상사 상담역), 우에노 다카시 요코하마상의 회장(우에노트랜스테크 회장), 가와사키 히로야 고베상의 회장(고베제강 수석고문), 후지사키 사부로스케 센다이상의 회장(후지사키 회장), 구라하시 준조 아오모리상의 회장(구라하시건설 회장) 등이 자리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미국의 관세조치와 같은 보호주의적인 정책은 국제경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무역마찰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는 등 미래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지고 있는 중”이라며 “무역중심국인 일본과 한국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유무역체제의 유지와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일경제는 다자간경제협력체제를 중시하며 자유롭고 열린 국제 경제 질서를 지켜야만 한다”라며 “한일관계는 경쟁구도에서 협력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양국 상의는 이날 회의에서 공동성명 통해 공통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공동성명에는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 협력, 저출산‧고령화 공동 대응, 문화교류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이 양국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분야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안정적 투자환경과 공급망 공동 구축에 협력한다. 또 저출산‧인구감소의 해결책 모색에 뜻을 모으고 경제‧관광‧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기반을 넓히기로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제14회 한일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한일간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의 계기로 마련된 특별대담에서는 양국 협력의 틀을 경제연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비전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산업 전환, 산업‧통상구조 재편 등 양국이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룰 테이커(규칙 수용자)에서 룰 세터(규칙 설계 및 주도자)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아울러 한일경제연대를 통해 양국이 공동시장으로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AI‧반도체 분야에서는 피지컬 AI 협력과 공동 멀티모달 AI 플랫폼 구축 등 양국의 상호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의 협력 필요성이 제안됐으며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단일 국가의 한계를 넘어 한일 공동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일 지역협력에 기여한 양국 우수 상의가 선정됐다. 한국 측에서는 고베‧이미즈 등 일본 지역상의와 오랜 기간 교류를 이어온 인천상의가, 일본 측에서는 제주상의와 청년‧농산물 등 교류 분야를 확대한 아오모리상의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윤철민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올해 회의는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으로 협력 분위기가 확산한 가운데 지난 60년 성과를 돌아본 의미 있는 자리”라며 “대한상의는 한일 경제연대 강화를 위해 일본상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제15회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는 일본 센다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정우진 기자
jwj3937@kukinews.com
정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