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겨울을 가꾸는 마음, 의령 가례면에서 피어나다

어르신의 겨울을 가꾸는 마음, 의령 가례면에서 피어나다

기사승인 2025-12-08 10:45:54
겨울 문턱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노인의 숨은 그 계절을 더 먼저 맞이한다.

의령군 가례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새마을부녀회 회원 20여 명이 3일부터 이틀 동안 경로당 16곳을 찾아다닌 이유도 바로 그 ‘차가운 계절’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긴 여름을 견딘 에어컨 속에는 어르신들이 미처 보지 못한 먼지와 곰팡이가 작은 그림자처럼 숨어 있었다.

봉사자들은 마치 오래된 책을 정성껏 다시 꺼내 닦아내듯, 필터를 빼내고, 먼지를 털고, 작동 상태를 하나하나 살폈다.

누군가는 들고, 누군가는 닦고, 누군가는 작은 나사를 조심스럽게 조였다. 그 손길이 모두 모여 한 공간을 새로 태어나게 했다. 깨끗해진 공기처럼 방 안 분위기도 점점 밝아졌다.

작업을 지켜보던 한 어르신이 “숨 쉬기가 더 편해지겠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짧은 한마디에 봉사자들의 얼굴에도 따뜻한 빛이 번졌다.

천분이 새마을부녀회장은 “겨울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 말은 마치 긴 겨울을 건너기 위한 작은 난로 한 대 같았다.

강은희 가례면장은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앞으로도 이런 손길을 놓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없이 조용한 겨울 준비였다. 그러나 그 작은 손길들은 먼지가 걷힌 공기보다 더 따뜻한 온기를 남겼다.

가례면 곳곳의 경로당에 보이지 않는 ‘사랑 한 그릇’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최일생 k7554
k755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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