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Mass시대의 쇠락과 Selfige(Self+Image) 시대의 시작'을 강조했던 2020년 일각에서는 단순한 트렌드 변화라고 인식하고 변화의 흐름을 놓치고 있었지만 5년여 시간이 흐른 현재는 뷰티 산업의 구조적 전환이 되었으며, 개인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다.
대중화 전략의 종말
20세기 뷰티 산업은 'One Size Fits All(만인을 위한 하나의 제품)' 전략으로 성장했다. 대량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대중 매체를 통한 광고, 그리고 유명인의 추천, 이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SNS와 1인 미디어의 발달은 이 공식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피부 타입, 선호하는 텍스처, 개인의 가치관까지 고려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는다. 실제로 2024년 기준 AI 기반 뷰티·화장품 시장은 약 37억 달러 규모로, 2029년에는 약 9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AI와 빅데이터가 만든 초개인화 혁명
개인화의 진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했다. 로레알은 자회사 모디페이스(ModiFace)를 통해 AR 및 AI 기반 피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니레버 산하 엑스(Axe)는 46테라바이트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6천 가지 성분과 350만 가지 향기 조합 중 최적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트위닛(Twinit)은 AI 기반 퍼스널 컬러 진단 디바이스를 올리브영과 GS25에 도입해 소비자들이 무료로 피부 진단부터 제품 추천까지 받을 수 있게 했다.
Selfige 시대의 구체화
필자가 제시한 'Selfige' 개념은 이제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구현되고 있다. Personal Color 진단 시스템은 단순히 어울리는 색상을 찾는 것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소비자들은 피부 MBTI, 맞춤형 화장품 제조, AI 피부 진단 등을 통해 자신만의 'Selfige'를 구축, 이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자신만의 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이 된다.
인디 브랜드의 부상: 틈새에서 주류로
개인화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는 인디 브랜드다. 2024년 기준 국내 등록 화장품 책임 판매업체는 3만 1524개로, 2019년보다 2배 증가했다. Top 10 인디 브랜드의 합산 매출은 약 3조 원에 달한다.
인디 브랜드들은 ODM과 프리몰드 용기 기술을 활용해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특정 피부 고민에 집중한 제품으로 빠르게 시장을 공략했다.
대기업의 대응: 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
대기업들도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맞춤 생산'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AI 기반 피부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제품을 추천하고, LG생활건강은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의 강점은 축적된 빅데이터와 R&D 역량이다. 15가지 피부 문제를 분석해 즉시 종합적인 피부 솔루션을 제공하는 AI 분석 기술은 개별 브랜드가 단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소비자 참여형 제품 개발의 시대
개인화는 제품 개발 과정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는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모델이 확산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소비자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제품 개선에 즉각 반영한다. 일부 브랜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성분과 텍스처를 선택해 자신만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인화의 역설: 개인을 위한 데이터인가, 기업을 위한 데이터인가
하지만 개인화에는 양면성이 있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는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을 동반한다. 소비자들은 더 나은 맞춤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꺼이 정보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이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뷰티 산업이 진정한 '개인화'를 추구한다면, 데이터의 투명한 활용과 소비자의 통제권 보장이 필수적이다.
개인화 너머의 미래
Mass 시대가 끝나고 Selfige 시대가 시작되었다면, 이제 우리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AI는 전통적인 화장품 연구개발 구조를 데이터 중심의 순환형 체계로 전환시키는 핵심 기술이 되었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개인화는 소비자 개개인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결국 뷰티 산업의 승자는 가장 많이 파는 기업이 아니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 이해의 중심에는 개인화가 있다. 따라서, "대중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뷰티"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을 제안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