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LVMH 계열 태너리까지…프랑스 레더, 한국에 꽂혔다 [현장+]

샤넬·LVMH 계열 태너리까지…프랑스 레더, 한국에 꽂혔다 [현장+]

프랑스 가죽협회, ‘프렌치 레더 코너 2025’ 개최
기술력·친환경 공정·희귀 가죽 라인업 공개

기사승인 2025-12-09 17:39:59
9일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프렌치 레더 코너 2025(French Leather Corner 2025)’ 행사에서 프랑스 피혁 생산 기업 관계자가 제품 설명을 하고 있다. 심하연 기자

프랑스가 한국 럭셔리·패션 시장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자국 피혁 산업을 직접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한프랑스대사관 비즈니스프랑스는 프랑스 가죽협회(FFTM)와 함께 8~9일 양일간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프렌치 레더 코너 2025(French Leather Corner 2025)’를 개최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가죽 제품 수입국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시장점유율은 17%에 달한다. 이 같은 교역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행사는 국내 패션·가죽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프랑스 피혁 산업의 기술력과 혁신 소재를 소개하고, 국내 브랜드·제조사·바이어·미디어와의 새로운 협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알릭(Alric), 보딘 쥬와요(Bodin Joyeux), 히리알(Hiriar), 레이노 젼(Raynaud Jeune), 레미 까리아(Rémy Carriat), 리차드(Richard), 태너리 루(Tanneries Roux) 등 7개사가 참여해 주요 하이엔드 가죽 라인을 공개했다.

1803년 설립된 태너리 루는 프랑스에서도 가장 오래된 태너리 중 하나로, 현재 LVMH의 메티에르 다르(Métiers d’Art) 부문에 속해 있다. 풀그레인 송아지·황소 가죽 전문 공방으로, 전통 공예 기술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가공 기술을 결합해 고급 가죽을 생산한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 공정과 ‘추적 가능성(traceability)’에 기반한 원료 관리다.

태너리 루 관계자는 “저희는 단순히 친환경 가죽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죽마다 송아지가 길러진 농장의 번호가 기재될 정도로 출처와 사육 환경을 투명하게 관리한다”며 폐수 처리 시설을 자체 운영하며 환경 규제 기준을 철저히 충족하는 것도 중요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고급 소재 수요가 늘면서 태너리 루의 송아지 가죽은 특히 가방·지갑·벨트, 고가 남성화 라인 등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태너리 루 관계자는 “저희가 다루는 가죽은 모두 A 그레이드의 하이엔드 소재로, 내구성과 탄성, 표면의 균일함을 모두 갖춘 것이 특징입니다”라고 말했다. 

보딘 쥬와요의 샘플 자켓. 심하연 기자

양가죽을 전문으로 다루는 보딘 쥬와요도 눈에 띄었다. 1860년 설립된 보딘 쥬와요는 현재 샤넬 그룹에 속해 있다. 이 제작사는 스페인 엔트레피노(Entrefino) 품종 양가죽만을 취급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고급스러운 양가죽으로 평가되는 희귀 품종이다.

보딘 쥬와요 관계자는 “엔트레피노는 양가죽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고 실키한 텍스처를 가진 최고급 품종”이라고 설명했다.

보딘 쥬와요의 또 다른 상징적 기술은 ‘양피지(Parchment)’ 생산이다. 양 또는 염소가죽을 2000년 전 방식 그대로 가공해 종이 질감으로 만드는 전통 공정으로,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제작사라고 설명한다. 보딘 쥬와요 관계자는 “양피지는 요트 인테리어, 프라이빗 레지던스 등 고급 인테리어 분야에서 사용된다”며 “전통 공법 그대로 만들기 때문에 희소성과 예술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렌트 가죽처럼 마감·코팅을 하지 않은 내추럴 타입부터,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코팅한 타입, 메탈릭 필름을 더한 최신 트렌드형 가죽까지 다양한 가공법을 제안해 브랜드 선택권을 넓혔다. 또  LWG(Leather Working Group) 인증에서 실버 등급을 보유해 ESG 기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참여 업체들은 한국이 고품질 가죽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라는데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는 고급 가죽에 대한 감식력이 뛰어나고 럭셔리 제품 소비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협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은 2020년 14조9964억원에서 2023년 21조9900억원으로 약 47% 성장했으며, 지난해 기준 23조원 규모로 확대됐다. 오프라인 채널 기준으로는 19조1745억원, 온라인이 2조6405억원을 차지했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잡화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소재 스토리텔링이 특히 중요하다. 프랑스 태너리들이 가진 친환경 공정·출처 투명성·하이엔드 가공 기술은 한국 브랜드가 ‘퀄리티 기반 럭셔리’로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송아지·양가죽의 섬세한 질감과 색 표현력은 K-패션의 디자인 감성과도 잘 맞아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