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논란에 복잡해진 셈법…당내 이견 여전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논란에 복잡해진 셈법…당내 이견 여전

재판부 구성 방식·사건 배당 절차 등 쟁점사항 추가 논의 필요
정치적 영향과 실효성 여부 고려하며 본회의 상정 시점 조율

기사승인 2025-12-10 06:00:13 업데이트 2025-12-10 08:36:1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열린 전국노인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연내 처리를 목표로 밀어붙여온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두고 한발 물러서 전략 재정비에 들어갔다.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위헌 논란이 확산되자, 관련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안 내용을 손질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여기에 정치적 득실 계산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내 의견 일치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도입 속도 조절하며 전략 재정비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본회의에 즉시 상정하는 대신 세부 조항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박지원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에서 “의원총회 분위기를 보면 상당수 의원이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며 “앞으로 법사위·지도부·의총 등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지난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법안은 내란 사건의 영장심사와 본안 재판을 전담할 재판부를 별도로 두고 그 구성은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법무부 장관, 전국법관회의가 인선한 추천위원회가 제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1심이 진행 중인 사건은 기존 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넘길지 판단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민주당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제기한 위헌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당과 대통령실이 원칙적으로 방향을 같이 한다. 현재 진행되는 내용들은 당이 여러 견해 차이를 조율해 통일된 안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정청래 대표는 다음 날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며 보완·수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위헌 소지 제거 필요” 공감대…핵심 쟁점 3가지는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이 가진 위험성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내란전담재판부가 결국 위헌성 논란을 빚었던 ‘내란특별재판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담재판부는 원래 지식재산권이나 선거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불특정 다수의 동종·유사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받는 방식을 전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번 내란전담재판부는 12·3 비상계엄 사건과 같이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이후 담당 판사를 별도로 선정하는 구조여서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이 당초 ‘내란특별재판부’에서 ‘내란전담재판부’ 방식으로 한 차례 물러선 것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조치였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와 헌법재판소 사무처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도록 한 점도 위헌 논란의 핵심으로 지적된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과 법관 임명권의 범위를 벗어나, 사실상 ‘제3자’가 진행 중인 특정 사건에 특정 법관을 배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민주당은 추천위원회에서 법무부 장관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법안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법사위 심사를 주도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전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법무장관이 검사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추천할 것이다. 그래서 제외하라는 얘기가 있다”며 “이는 법안의 핵심 내용도 아니기 때문에 법무장관은 추천위의 추천위원에서 빠져도 괜찮다”고 했다.

또 1심 단계부터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위헌 소지가 크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을 심리 중인 지귀연 재판부가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교체될 경우,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내란전담재판부는 설치하되 2심부터 가동하는 것이 더 지혜롭지 않겠냐”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며 비슷한 문제의식을 언급했다.

지선 앞둔 역풍 우려·실효성 논란도 고려 요소

여기에 정치적 부담도 민주당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위헌 논란이 있는 법안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전담재판부 도입 논쟁이 정쟁으로 비화하면 당에 득 될 것이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중도층 확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실효성 논란도 뒤따른다. 신속한 심리를 위해 도입한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 절차는 복잡하다. 법안이 통과돼도 사건 이송 여부는 지귀연 재판부가 결정해야 하고, 이송이 이뤄지면 법관회의 추천과 공판갱신 절차가 뒤따른다. 피고인 측의 위헌심판 제청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전담재판부가 실제로 가동되기까지는 빨라도 내년 1월 말~2월 초로 예상된다. 특히 위헌 제청이 이뤄질 경우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피고인이 석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범여권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일정을 고려해 11~14일 또는 21~24일 본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도부가 ‘이달 내 처리’ 목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11일 필리버스터 방지법 등 쟁점 법안 처리 일정을 고려하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본회의 상정 시점은 21~24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권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