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의약품 지정 문턱 낮아진다…식약처 관련 규정 조정

희귀의약품 지정 문턱 낮아진다…식약처 관련 규정 조정

기사승인 2025-12-10 10:10:27
식품의약품안전처 표시석. 이찬종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희귀질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희귀의약품 지정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긴급 도입 의약품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장기간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치료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다.

가장 큰 변화는 희귀의약품 지정 절차가 간소화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국내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면서 기존 대체약보다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비교우위’를 입증해야 지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치료 옵션이 거의 없거나 임상자료가 제한적인 희귀질환 특성상 비교 자료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미국·스위스 등 주요국이 비교우위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점과도 대조적이었다.

식약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 앞으로는 ‘희귀질환관리법’상 희귀질환(유병인구 2만 명 이하 등)의 치료·진단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면 별도의 비교자료 없이도 희귀의약품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손질한다. 관련 개정안은 오는24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지정 요건 완화가 시행되면 새로운 치료제의 국내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환자 선택권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약 공급 방식도 보다 환자 중심으로 변경된다. 기존에는 국내 미허가 약이 필요한 환자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직접 수입을 신청해야 하는 ‘자가 치료용 의약품’ 제도를 이용했지만, 신청부터 배송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치료 시기를 놓치는 문제가 반복됐다.

이에 식약처는 환자 수요가 많고 지속적 사용이 필요한 자가 치료용 의약품을 선별해 센터가 사전에 수입·비축하는 ‘긴급 도입 의약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 경우 환자는 신청 즉시 국내 비축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어 치료 공백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이 희귀질환자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치료 기회를 얻지 못했던 환자에게 실질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약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춘래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은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희귀질환자가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치료 접근성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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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