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민중기 특별검사(김건희 특검)와 오세훈 측이 핵심 사실관계부터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다. 특검은 오 시장이 명씨의 여론조사 제안을 수락해 경선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려 했다고 보는 반면, 오 시장 측은 명씨의 조사 자체가 ‘가짜’였으며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1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특검은 오 시장이 지난 2021년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접촉해 총 10차례의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비용 3300만원을 오랜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대신 납부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당시 오 시장이 나경원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서 열세인 상황에 반복된 여론조사를 통해 지지율 흐름을 관리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오 시장이 지난 2021년 1월20일 강철원 당시 비서실장과 함께 명씨·김영선 전 의원을 서울 광진구 식당에서 만난 사실이 기재돼 있다. 이 자리에서 명씨는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해 지명도를 높이고, 유리한 조사 결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적시됐다. 특검은 오 시장이 이 제안을 사실상 수락한 뒤 1월22일 명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를 요청했다고 판단했다.
명씨는 같은 날부터 2월28일까지 공표용 3건, 비공표용 7건 등 총 10건의 조사를 실시했다. 김한정씨는 2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명씨 측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이번 사건은 김씨가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에게 기부를 한 것이고, 명씨는 일을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명씨는 기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오 시장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한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오 시장이 공소장을 받아보고 ‘명씨의 주장만 담느라 내용이 정교하지 않다’며 ‘나는 오히려 사기 사건의 피해자’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제작한 비공표 여론조사가 “샘플을 부풀린 가짜 조사”였으며, 캠프가 결과를 확인한 뒤 즉시 접촉을 차단했다고 주장한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대납을 지시할 이유나 동기가 없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오 시장의 2021년 당선 직후 신고 재산은 48억7900만원이었고, 남은 선거비용 7억3000만원을 국민의힘에 기부할 만큼 자금 여력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선관위 등록 정식 여론조사 기관에 합법적 조사를 의뢰할 수 있었던 만큼 제3자에게 비용을 대납시킬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 측은 또 명씨가 제공한 비공표 조사 13건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폭 과장된 가짜”라는 점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명씨는 강 전 부시장에게 면박당한 뒤 아예 캠프에 접근하지 못했고, 이후 가짜 여론조사 자료는 여의도연구소 등에 보냈다”며 “오 시장은 명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는데 오히려 고소인이 기소당한 꼴”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다. 공판준비기일 특성상 피고인 출석 의무는 없어 오 시장,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한정씨는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법원은 양측 쟁점을 정리한 뒤 본격 심리에 돌입할 예정이다.
특검과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 의뢰 여부, 비용 대납 지시, 여론조사의 진위 등 주요 쟁점을 두고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어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