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선명한 인공망막 난제 해결'… KIST, 고해상도 인공망막 전극구조 제시

[쿠키과학] '선명한 인공망막 난제 해결'… KIST, 고해상도 인공망막 전극구조 제시

실리콘 반도체 공정 적용, 고밀도 전극 집적
한 바늘에 두 전극 통합, 전류 확산문제 해결
실리콘 반도체 공정 적용, 고밀도 전극 집적
시각장애 개선, 난치성 뇌 질환 전자약 적용 기대

기사승인 2025-12-10 13:16:29
양극 전극 배열의 전자현미경(SEM) 사진과 적용 가능 분야, 머리카락보다 얇은 마이크로 바늘 구조체에 자극 전극과 접지 전극을 함께 형성함으로써, 전류가 주변으로 퍼지는 현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였다. 이를 통해 뇌 및 망막 자극 장치에서 필요한 국소 부위 선택적 자극을 보다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한국연구재단

고령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시각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망막 기술이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매순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과 단국대 박재형 교수팀이 공동연구로 3차원 바늘 구조체 하나에 두 개의 전극을 통합 배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극구조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인공시각 구현의 가장 큰 난제였던 전류 확산과 전극 밀집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으로, 시각장애 환자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선명한 인공시각 장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인공시각 장치는 보통 실명 환자의 망막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상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공시각 해상도는 눈 속을 채운 전도성이 높은 액체 때문에 전류가 자극하려는 영역을 넘어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전류 확산' 현상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옆방까지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소접지 전극을 자극 전극 주위에 배치해 전류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이는 전극이 추가적인 면적을 차지하면서 중요 요소인 전극의 밀도를 높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극 전극과 국소 접지 전극을 하나의 '3차원 마이크로 바늘 구조체' 안에 수직 방향으로 통합한 '양극 마이크로 바늘 전극 어레이'를 개발했다. 

이 바늘 전극 어레이는 대량 생산에 유리하도록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미세공정을 적용했다.

이렇게 제작한 바늘 모양의 3차원 구조체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뾰족한 형상을 유지, 망막처럼 연하고 섬세한 신경 조직에 최소한의 손상을 주며 안정적으로 삽입·고정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바늘 안에 자극 전극과 전류를 회수하는 접지 전극을 함께 구성함으로써 기존 자극 전극 옆에 별도의 접지 전극을 배치하면서 발생하는 공간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동물모델 망막 조직에 적용하고 기술을 검증한 결과 망막 신경신호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보다 65.4%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전류 확산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목표한 국소 영역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고해상도 인공시각 장치 구현에 적합함을 의미한다.

마이크로 바늘 전극을 망막 조직에 삽입한 후 촬영한 망막 형광 이미지와 접지 전극 활성화 유무에 따른 신경 신호 발화율 비교 결과. 여러 증착·식각 공정을 거친 마이크로 바늘 구조체는 연하고 유연한 망막 조직에도 안정적으로 삽입될 만큼 충분한 예리함을 유지함을 확인하였다. 망막 조직을 전극 배열에 올린 뒤 접지 전극의 활성화 여부를 비교한 결과, 접지 전극을 활성화했을 때 전류 확산이 억제되면서 신경 신호의 평균 발화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연구재단

이번 연구는 인공망막 기술에서 전류확산 억제와 고밀도 전극 집적이라는 두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한국형 고성능 인공시각 장치의 실용화 시점을 단축하고 시각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 전극 구조는 망막뿐 아니라 치매 등 난치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말초신경 등 초정밀 자극이 필요한 전자약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김채성 KIST 연구원은 “기존 인공망막 기술의 가장 큰 한계였던 전류 확산과 전극 집적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뇌나 말초 신경 등 국소 자극이 필요한 난치성 뇌 질환 치료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Microsystems & Nanoengineering’에 게재됐다.
(논문명 : A three-dimensional bipolar microneedle electrode array with local ground integrated at each sidewall for enhanced focal electric stimulation / 저자: 정승한 박사(공동 제1저자/서울대학교), 김채성 연구원(공동 제1저자/KIST, 고려대학교), 김민주 연구원(공동 제1저자/KIST, 고려대학교), 박재형 단국대학교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공동 교신저자), 임매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공동 교신저자))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