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인한 황반변성 등 시각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망막 기술이 나왔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임매순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과 단국대 박재형 교수팀이 공동연구로 3차원 바늘 구조체 하나에 두 개의 전극을 통합 배치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극구조를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인공시각 구현의 가장 큰 난제였던 전류 확산과 전극 밀집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것으로, 시각장애 환자가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선명한 인공시각 장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인공시각 장치는 보통 실명 환자의 망막에 마이크로 전극을 이식해 세포를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해상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공시각 해상도는 눈 속을 채운 전도성이 높은 액체 때문에 전류가 자극하려는 영역을 넘어 주변으로 넓게 퍼지는 '전류 확산' 현상이 영향을 받았다.
이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너무 커서 옆방까지 들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소접지 전극을 자극 전극 주위에 배치해 전류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 제시됐지만, 이는 전극이 추가적인 면적을 차지하면서 중요 요소인 전극의 밀도를 높이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자극 전극과 국소 접지 전극을 하나의 '3차원 마이크로 바늘 구조체' 안에 수직 방향으로 통합한 '양극 마이크로 바늘 전극 어레이'를 개발했다.
이 바늘 전극 어레이는 대량 생산에 유리하도록 실리콘 웨이퍼에 반도체 미세공정을 적용했다.
이렇게 제작한 바늘 모양의 3차원 구조체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뾰족한 형상을 유지, 망막처럼 연하고 섬세한 신경 조직에 최소한의 손상을 주며 안정적으로 삽입·고정할 수 있다.
특히 하나의 바늘 안에 자극 전극과 전류를 회수하는 접지 전극을 함께 구성함으로써 기존 자극 전극 옆에 별도의 접지 전극을 배치하면서 발생하는 공간적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동물모델 망막 조직에 적용하고 기술을 검증한 결과 망막 신경신호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보다 65.4%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전류 확산이 효과적으로 억제돼 목표한 국소 영역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으로, 고해상도 인공시각 장치 구현에 적합함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인공망막 기술에서 전류확산 억제와 고밀도 전극 집적이라는 두 난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해 의미가 크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한국형 고성능 인공시각 장치의 실용화 시점을 단축하고 시각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 전극 구조는 망막뿐 아니라 치매 등 난치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말초신경 등 초정밀 자극이 필요한 전자약 분야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김채성 KIST 연구원은 “기존 인공망막 기술의 가장 큰 한계였던 전류 확산과 전극 집적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뇌나 말초 신경 등 국소 자극이 필요한 난치성 뇌 질환 치료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Microsystems & Nanoengineering’에 게재됐다.
(논문명 : A three-dimensional bipolar microneedle electrode array with local ground integrated at each sidewall for enhanced focal electric stimulation / 저자: 정승한 박사(공동 제1저자/서울대학교), 김채성 연구원(공동 제1저자/KIST, 고려대학교), 김민주 연구원(공동 제1저자/KIST, 고려대학교), 박재형 단국대학교 융합반도체공학과 교수(공동 교신저자), 임매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공동 교신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