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정밀의료 패러다임 바꾼다'… IBS, 심장·뇌에 스스로 붙어 작동하는 나노막 개발

[쿠키과학] '정밀의료 패러다임 바꾼다'… IBS, 심장·뇌에 스스로 붙어 작동하는 나노막 개발

350㎚ 초박막 THIN 플랫폼 구현, 인체조직 부담 없이 장기간 미세신호 계측
외부 고정장치 없이 10초 이내 자발적 밀착·접착 입증
쥐 심장·뇌파 4주간 안정적 측정 성공
난치병 전자약 분야 응용 기대

기사승인 2025-12-10 19:00:05
형상 변형 초박막 이중층 트랜지스터(THIN-OECT)를 통한 생체신호 증폭.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은 지지대 없이도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온–전자 전도 나노막(THIN)을 개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THIN-OECT)로 구현하여 생체 내에 적용했을 때, 체액을 흡수하며 조직의 굴곡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하고, 미세한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증폭하여 정밀하게 계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IBS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초박막이면서 살아있는 인체 조직에 스스로 밀착해 미세한 생체신호를 정밀 증폭하는 나노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심장, 근육, 뇌 같은 부드러운 생체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정밀의료 및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분야에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전망이다. 특히 장기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 기존 바이오전자 기술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IBS 뇌과학이미징연구단 손동희 성균대 교수와 김봉수 UNIST 교수 공동연구팀은 두께 350㎚ 초박막 하이드로젤-엘라스토머 기반 이온-전자 복합 나노막을 개발, 이를 활용해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OECT)를 구현했다. 

하이드로젤-엘라스토머 기반의 이온-전자 복합 나노막은 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조직에 잘 붙는 하이드로젤과 고무처럼 잘 늘어나면서 전기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엘라스토머를 결합한 얇은 막으로, 이온과 전자가 동시에 이동할 수 있어 생체신호를 정밀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OECT는 전해질 내 이온의 이동을 이용해 유기 반도체의 전도도를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로, 생체환경에서의 저전력 고감도 신호 증폭에 적합하다.

조직에 완전히 밀착하고 견고히 접착되는 THIN의 변형 가능 원리 및 특성. IBS

미세 심장박동까지 증폭

심장, 근육, 뇌 같은 부드러운 조직은 물처럼 유연하고 3차원 곡면 구조여서 전자소자를 안정적으로 붙이기가 매우 어렵다.

기존 딱딱하거나 두꺼운 소자들은 이물감이나 염증을 일으키고, 미세신호를 잡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공동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박막 이온-전자 복합 나노막(THIN)’ 플랫폼을 개발했다.

THIN은 물을 머금어 부드럽고 조직에 잘 붙는 하이드로젤과 고무처럼 잘 늘어나면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엘라스토머를 결합한 두께 350㎚ 초박막 구조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가늘어 인체조직이 소자의 존재를 기계적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THIN은 건조 상태에서는 다루기 쉬운 강성을 유지하다가, 인체 내 수분을 만나면 급속히 부풀어 오르며 부드럽고 점착성 있는 상태로 변하는 ‘수분 감응형 상변형’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외부 압착이나 고정장치 없이 조직에 살짝 얹는 것만으로도 수분 흡수에 의해 곡면을 따라 밀착, 10초 이내에 스스로 견고하게 붙어 기존 소자에 필요했던 잔류 접착제나 고정 장치가 필요 없다.

연구팀은 독창적 성능의 THIN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친수성 하이드로젤과 소수성 반도체 고분자를 정밀하게 겹쳐 이중 층을 만들고, 금을 얇게 코팅한 전극을 제작해 두께 400㎚ ‘THIN-OECT’를 제작했다. 

연구팀은 두 재료의 용매가 섞이지 않도록 이중 스핀코팅 공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복잡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끄럽고 안정적인 계면 구조를 확보했다.

완성된 THIN-OECT는 현재까지 보고된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신호 증폭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심장, 근육, 뇌 등 신호가 발생하는 부위에서 미세한 생체신호를 외부 회로 없이 높은 선명도(SNR)로 실시간 증폭해 계측할 수 있다.

실제 이를 쥐의 심장, 종아리, 대뇌피질에 부착한 결과 수분 접촉 10초 이내에 안정적인 부착과 신호 측정이 시작됐고, 최대 4주간 장기이식 실험에서도 조직손상, 염증 등 부작용이나 이물반응 없이 안정적인 작동과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입증했다.

실시간 증폭된 생체신호 계측을 위한 THIN 기반 유기전기화학 트랜지스터 인터페이스. IBS

이번 개발은 기존 바이오전자소자가 풀지 못했던 핵심 난제인 실사용성, 내구성, 조직안정성을 동시에 해결, 생체 계측·자극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센서와 자극 회로가 통합된 폐-루프 시스템을 구축, 감각 피드백이 가능한 신경 재활 및 신경 보철기술, 주입형 및 생분해성 소자로 응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체조직에 스스로 부착되는 보이지 않는 나노전자소자를 실현해 기존 바이오전자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며 "향후 심장 질환 모니터링, 맞춤형 뇌파 인터페이스, 근육재활 로봇제어시스템, 전자약 기반 자극치료 등 다양한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1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