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동 2571이 남긴 경고 '역세권 개발의 기대와 과제'

[기고] 화동 2571이 남긴 경고 '역세권 개발의 기대와 과제'

기사승인 2025-12-10 16:56:28
정광열 전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춘천역 인근 역세권 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습니다. 도시의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입니다. 많은 시민이 기대하고 있고, 저 또한 춘천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호는 잠시 접어두고, 우리는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작은 사업 하나조차 시장의 검증을 통과시키지 못한 실력으로, 과연 수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가?"

역세권 개발은 단순한 건설 공사가 아닙니다. 민간 투자 유치, 콘텐츠 설계, 상권 재편, 장기 운영 등 수많은 고차원 방정식이 얽혀 있는 난제입니다. 결국 성공의 열쇠는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실제 시장에서도 통하는 ‘실력’과 ‘검증된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사례는 이 질문을 외면할 수 없게 만듭니다. 춘천의 청년 로컬푸드 플랫폼 ‘화동 2571’은 좋은 뜻으로 출발했습니다. 지역 농산물에 가치를 더하고 청년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는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저 역시 기업과 행정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따뜻한 취지에는 깊이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말합니다. 애매한 입지, 차별화되지 않은 콘텐츠, 변화에 둔감한 운영 방식 속에서 화동 2571은 끝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매년 약 5억 원의 운영비가 꼬박꼬박 들어가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습니다.

초기 조성·리모델링 비용만 125억 원입니다. 여기에 매년 투입되는 유지 비용까지 더하면 그 손실의 규모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명분만으로 추진된 사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화동 2571은 뼈아프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좋은 취지가 곧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역세권 개발을 앞두고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질문은, 작은 사업 하나에서도 실력을 증명하지 못한 상태로 훨씬 더 복잡하고 거대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시민 앞에 책임 있는 정책인가를 되묻는 것입니다.

이 물음은 특정 개인을 겨냥한 비난이 아닙니다.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추진 체제와 방식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자는, 시민으로서의 엄중한 요구입니다.

내부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외부의 호재만 바라보는 접근으로는 도시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습니다. 물이 차올라도 구조적으로 약한 배가 더 멀리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침몰의 위험만 커질 뿐입니다.
 
춘천은 이제 명분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만큼 여유로운 도시가 아닙니다. 화동 2571이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시장 검증'과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역세권 개발이 진정한 도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장밋빛 청사진보다 먼저 그 계획을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주체의 실력'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것이 출발점입니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닙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책임 있게 답할 수 있는, 진짜 실력입니다.

 정광열 전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한재영 기자
hanfeel@kukinews.com
한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