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 골목은 다 언덕이에요. 워낙 경사가 급해서 제설차는 못 들어오고요.”
10일 오후 서울 강북구 미아동 258번지. 낮 기온은 영상 5도였지만 곳곳에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4년째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은 이동옥(61·남)씨는 “고지대라 얼마 전 첫눈이 내렸을 때 출근길 미끄러짐 사고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재난 대응 바로봉사단’은 미아동 주민자치위원회와 함께 ‘겨울愛 나눔-冬네 지킴이’ 활동에 나섰다. 겨울철 기습 폭설에 대비해 취약계층의 안부를 확인하고 재난 안전 물품을 전달하는 활동으로, 다음달 31일까지 제설 자원봉사도 병행한다.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한 제설제 배부뿐 아니라 지역 내 소통 강화도 목표다.
바로봉사단 소속 최효재(44·여)씨는 사단법인 나눔코리아에서 10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다. 그는 “이번 주말에 눈이 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동산 등 가게에도 제설제를 미리 뿌려달라고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활동에는 자원봉사자 1000여명이 참여해 폭설·한파 취약 계층 약 2000명을 찾아간다. △투척식 친환경 제설제 △겨울철 낙상 사고 예방 안내문이 포함된 ‘예방 키트’를 전달한다. 센터 관계자는 “경사로에 사시는 어르신들은 폭설이 오면 고립되기 쉬워 작은 힘으로도 바로 터지는 제설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예방 키트를 들고 미아동 일대를 찾은 바로봉사단원 4명은 이날 총 4명의 주민을 방문했다.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통장 부부에게는 방문이 필요한 이웃이 있는지 확인했다. 미아동에서 37년간 거주해온 김학인(73·남)씨는 “어르신이 많은 동네라 염화칼슘을 직접 뿌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 비탈길에 층계도 많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키트를 전달받은 주민들은 고마움을 전했다. 성모(75·남)씨는 “눈이 오면 길이 뚫릴 때까지 외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년간 아픈 아내를 돌보고 있으며, 요양보호사가 방문하는 시간에만 외출이 가능했다. 이에 조현두 사단법인 나눔코리아 대표는 “주말마다 의약품·생필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담당 기관 위치를 설명했다.
12년째 반지하에 거주 중인 김모(88·여)씨는 아래턱에 멍이 든 상태였다. 김씨는 “평지에서 걷다가 넘어졌다”며 “첫눈이 내리고 며칠 지난 뒤였는데 미끄러지더라”고 말했다. 제설제 사용법을 들은 뒤 “원래 이런 건 얼마에 사냐”고 묻기도 했다. 최씨는 “눈이 오기 전에 한 번 더 방문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4일 서울 전역에 첫눈이 내린 이후, 서울시는 쪽방촌 등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예방 순찰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도 폭설·한파 재난 예방 활동을 지속하며, 이번 활동 이후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설 봉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이번 활동에는 나눔코리아 등 7개 봉사단체와 14개 구 자원봉사센터가 참여한다.
사단법인 나눔코리아를 28년간 운영해온 조현두 대표는 “폭설 같은 재난을 이겨내려면 주민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현장을 찾아 어려움을 알리고 관심을 모으는 것이 봉사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