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RNA 직접 검출'… 생명연, 차세대 CRISPR 진단기술 개발

[쿠키과학] 'RNA 직접 검출'… 생명연, 차세대 CRISPR 진단기술 개발

유전자 증폭 생략해도 민감도 1000배 향상
26종 변이 코로나 변이, 임상환자 검체 245건 분석 정확도 100%
RNA 추출 없이 현장 진단, 독감·항생제 내성균 기술 확장

기사승인 2025-12-11 14:00:44 업데이트 2025-12-11 14:01:22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을 실험 중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연구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팀이 우의전·박광현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잡하게 증폭하는 과정 없이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 ‘CRISPR/Cas12a2’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진단의 긴 시간과 복잡한 장비 문제를 해결,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될 때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감염병 진단의 표준으로 널리 사용된 PCR 방식은 소량의 유전자를 수십만 배 이상 증폭하는 과정이 필요해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 긴 검사 시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이 같은 복잡한 절차는 지난 코로나19 유행 때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CRISPR 효소인 Cas12a2에 주목, 이 효소가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하나씩 밝혀내 가장 잘 작동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았다.

최적화된 Cas12a2의 활성 및 무증폭 RNA 검출 원리. (왼쪽) Cas12a2 단백질이 가이드 RNA(crRNA)를 통해 표적 RNA 및 PFS 서열을 인식하여 활성화되면, 주변의 ssDNA, dsDNA, RNA를 무차별적으로 절단(Trans-cleavage)하는 원리를 도식화, (오른쪽)이러한 절단 활성을 이용하여 형광 리포터를 분해함으로써, 증폭 과정 없이 바이러스 RNA 존재 여부를 형광 신호로 확인하는 초고감도 검출 플랫폼의 개요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결과 Cas12a2 기반 진단은 유전자 증폭 과정 없이도 바이러스를 초고감도로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확도 측면에서도 Cas12a2 효소는 바이러스 RNA가 맞는지 두 번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엉뚱한 신호에 속을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또 Cas12a2는 표적을 찾으면 주변의 ssDNA, RNA 등을 무차별적으로 빠르게 여러 번 자르는 특성이 있어 아주 약한 바이러스 신호도 형광신호로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crRNA를 만들어 여러 조합으로 실험한 결과 서로 다른 네 가지 crRNA를 함께 사용할 때 민감도와 정확도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 1/1000 수준으로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고, 1천조 분의 1몰 수준인 1fM(펨토몰) 수준까지 감지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검증한 결과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 26종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정확히 검출했다.

또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독감, MERS 등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오직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특이성을 검증했다.

실제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를 분석한 결과 기존 PCR 검사와 민감도 및 특이도가 100%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였다.

광범위한 코로나 변이주 검출 능력 및 높은 선택성(특이도). 개발된 진단 플랫폼이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 총 26종의 SARS-CoV-2 변이주 RNA를 모두 정확하게 검출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 기술은 바이러스 RNA를 따로 추출하는 번거로운 과정까지 생략할 수 있고, 단순 열처리나 용액 처리만 거치면 바로 검사가 가능해 공항, 항만, 학교, 군부대 등 빠른 판단이 필요한 현장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휴대용 장비 적용성도 좋아 현장 감염병 진단기술(POCT)로 활용 가능성도 높다.

강 박사는 “유전자 증폭 없이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 높은 활용성을 갖는다”며 “이를 기반으로 독감, RSV, 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 기술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IF 13.1)에 게재됐다.
(논문명 : CRISPR/Cas12a2 enables ultra-sensitive amplification-free RNA detection / 교신저자 : 우의전(생명연), 박광현(생명연), 강태준(생명연) / 제1저자 : 장효원, 강주은)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