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 바이오나노연구센터 강태준 박사팀이 우의전·박광현 박사팀과 공동연구로 바이러스 유전자를 복잡하게 증폭하는 과정 없이 극미량의 바이러스 RNA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가위 기술 ‘CRISPR/Cas12a2’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진단의 긴 시간과 복잡한 장비 문제를 해결, 감염병이 급속히 확산될 때 현장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플랫폼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감염병 진단의 표준으로 널리 사용된 PCR 방식은 소량의 유전자를 수십만 배 이상 증폭하는 과정이 필요해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 긴 검사 시간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실제 이 같은 복잡한 절차는 지난 코로나19 유행 때 현장에서의 신속한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주목받는 새로운 CRISPR 효소인 Cas12a2에 주목, 이 효소가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하나씩 밝혀내 가장 잘 작동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았다.
연구결과 Cas12a2 기반 진단은 유전자 증폭 과정 없이도 바이러스를 초고감도로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정확도 측면에서도 Cas12a2 효소는 바이러스 RNA가 맞는지 두 번에 걸쳐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해 엉뚱한 신호에 속을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또 Cas12a2는 표적을 찾으면 주변의 ssDNA, RNA 등을 무차별적으로 빠르게 여러 번 자르는 특성이 있어 아주 약한 바이러스 신호도 형광신호로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11가지 crRNA를 만들어 여러 조합으로 실험한 결과 서로 다른 네 가지 crRNA를 함께 사용할 때 민감도와 정확도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기존 1/1000 수준으로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고, 1천조 분의 1몰 수준인 1fM(펨토몰) 수준까지 감지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검증한 결과 알파, 델타, 오미크론 등 26종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정확히 검출했다.
또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 독감, MERS 등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아 오직 목표 바이러스만 골라내는 높은 특이성을 검증했다.
실제 병원에서 확보한 245건의 환자 검체를 분석한 결과 기존 PCR 검사와 민감도 및 특이도가 100% 일치하는 정확도를 보였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 RNA를 따로 추출하는 번거로운 과정까지 생략할 수 있고, 단순 열처리나 용액 처리만 거치면 바로 검사가 가능해 공항, 항만, 학교, 군부대 등 빠른 판단이 필요한 현장에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휴대용 장비 적용성도 좋아 현장 감염병 진단기술(POCT)로 활용 가능성도 높다.
강 박사는 “유전자 증폭 없이 바이러스 RNA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어 높은 활용성을 갖는다”며 “이를 기반으로 독감, RSV, 항생제 내성균 등 다양한 감염병 진단으로 기술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4일 국제학술지 ‘Nucleic Acids Research(IF 13.1)에 게재됐다.
(논문명 : CRISPR/Cas12a2 enables ultra-sensitive amplification-free RNA detection / 교신저자 : 우의전(생명연), 박광현(생명연), 강태준(생명연) / 제1저자 : 장효원, 강주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