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부터 3박 4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정면충돌을 벌였다. 정기국회가 필리버스터로 막을 내린 지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대치전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 정기국회에서 불거진 우원식 국회의장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마이크 차단’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대립은 더욱 격화됐다.
국회는 11일 오후 본회의에서 형사 사건의 하급심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예고대로 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측 첫 주자가 필리버스터를 시작하기 전 “9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제지한 것은 국회법에 따라 합당한 조치”라며 “아무리 무제한 토론이라도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나 허가받지 않은 발언은 제지할 수 있도록 국회법에 규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의장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질서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 이를 권한 남용이라 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했다.
앞서 국회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우 의장은 나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마이크를 껐다. 나 의원이 “민주당이 무도하게 8대 악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어 철회 요구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시작한다”고 발언했고, 우 의장이 “법안과 상관없는 발언을 한다”고 맞서면서다. 나 의원이 우 의장의 경고에도 발언을 이어가자 본회의는 시작 2시간여 만에 정회됐다.
우 의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하라”, “내려오라”, “의장 자격이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날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기국회에서의 ‘음소거 필리버스터’에 항의하듯 연단에 서서 의장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5초가량 인사했다. 통상 연단에 오를 때 가볍게 목례하는 관례를 의식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지난 9일 나경원 의원이 인사를 생략했다는 이유로 우 의장이 문제를 제기했던 상황을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곽 의원은 발언에 앞서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지난 9일 우 의장의 마이크 차단을 직접 비판한 것이다. 이어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 따왔다. 성탄절 분위기도 내봤다”며 스케치북을 넘겼고, 스케치북에는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후 곽 의원이 토론을 이어갔으나 또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 나왔고, 우 의장은 곽 의원의 발언을 제지했다. 다만 곽 의원은 “국회법상 무제한 토론 중에는 의장이 발언을 중간에 낄 수 없게 돼 있다. 중지하라”고 맞받았다.
본회의장 밖에서도 여야의 충돌은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우상호 국회부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나 의원 발언 도중 마이크를 차단한 조치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나경원·곽규택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제출했다.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의제와 무관한 내용을 언급하고, 발언대가 아닌 무선 마이크를 사용했으며, 정치적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든 것이 모두 국회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