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업무 전반에 도입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활용과 고도화가 보험사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다양한 생성형 AI 서비스를 개발·고도화해 실무에 활용하고 있다. 재무설계사(FP)의 고객 보장 분석은 물론, 임직원 성과 관리와 GPT 기반 사내 서비스 등 거의 전 업무 영역에 AI를 접목하며 활용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특히 회사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망분리 규제 예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내부망에서도 AI 사용이 가능해져, 생성형 AI 도입 속도가 한층 더 빨라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변화에는 신창재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신 대표는 지난 8월 창립 67주년 기념식에서 “AI 활용 역량은 보험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비즈니스 전 과정에 AI를 접목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AI-DX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한화생명 역시 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AI 연구·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해 역량을 강화해왔다. 지난 8월 권혁웅·이경근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는 투자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두 대표는 취임 직후 공동 명의의 ‘CEO 레터’를 통해 “보험은 획일적 보장이 아닌 고객 개개인의 삶을 분석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AI”라고 밝혔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9월 생성형 AI를 실무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 10월부터 약관·산출방법서·판매 예규 등 2만여 종의 보험 기초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구조화한 결과, 문서 간 참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정형 문서의 문맥까지 파악할 수 있는 지식베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일상 언어로 문의하더라도 약관 기준에 부합하는 답변을 AI를 통해 즉시 받을 수 있게 됐다. 신한라이프는 앞으로 초개인화 설계를 적용해 신계약 절차를 단축하고 언더라이팅 리스크까지 관리하는 AI 에이전트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NH농협생명도 연말 농·축협 채널에 특화한 AI 가입설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창구 영업에 최적화된 자동 설계 기능을 통해 모집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에게는 한층 정밀한 맞춤형 보험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손해보험사들도 속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김중현 대표가 올해 초 CEO 메시지에서 “AI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이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손보사 처음으로 상담 과정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고객 동의하에 생성된 보험 정보를 요약·분석하도록 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설계사가 보다 객관적인 진단과 맞춤형 상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 메리츠화재는 임직원 대상 AI 교육 과정을 세분화·강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AI 활용 범위를 넓혀 현업 적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암 진단 및 수술급여 심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AI 의료심사’를 도입했다. 이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서, 검사결과지, 수술기록지 등 다양한 의료 문서를 자동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OCR(문자 인식) 기술과 생성형 AI를 결합해 기존 수기 검토에 소요되던 시간을 크게 줄였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AI가 대체 판단을 수행하며 암 심사 인력 검토 비중이 약 55% 감소했다”며 “정확도 향상·업무 효율화·사업비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해당 시스템에 대한 특허출원도 완료했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앞다퉈 AI를 도입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인건비 절감이나 업무 자동화를 넘어, 산업 전반의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IBM 기업가치연구소(IBV)에 따르면 2027년까지 전 세계 보험사의 77%가 청구 업무에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도입할 전망이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인공지능이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청구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 처리하거나 고객의 생애 이벤트에 맞춰 맞춤형 보험을 제안할 수 있다. 의사결정·분석 능력 측면에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는 만큼, AI 활용 수준이 곧 보험사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앞으로 맞춤형 상품 설계 등 초개인화 서비스 영역을 중심으로 한 AI 도입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AI는 보험사를 포함한 모든 기업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특히 개인의 나이, 직업, 소득 등을 고려해 상품과 특약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 AI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보험 판매 확대와 특약 다양화도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