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청소년 10명중 2명 '위기 가능', 맞춤형 예방·개입 정책 필요

강릉 청소년 10명중 2명 '위기 가능', 맞춤형 예방·개입 정책 필요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생활실태조사 결과, 위기 청소년 17.5%...일반군도 위기경험 확인
위기 청소년 비율 감소했지만 위기 경험은 증가...중독·불안·학교부적응 문제 확산
위기 청소년 감소 착시...위기 경험 다층화, 맞춤형 예방 정책으로 전환 시급

기사승인 2025-12-12 14:08:01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11일 강릉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2025년 강릉시청소년생활 실태조사 결과발표회'를 열어, 관내 청소년의 생활·위기 실태와 변화 양상을 공개하고 있다. 강릉시 제공

강원 강릉시 청소년 가운데 위기 청소년 비율은 감소했지만, 청소년들이 실제 경험한 구체적 위기 경험은 오히려 증가, 더욱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별 특성에 맞춘 맞춤형 예방·조기 개입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2025년 강릉시 청소년 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923명 중 일반 청소년은 82.5%(762명), 위기(가능) 청소년은 17.5%(161명)으로 집계됐다. 위기군은 잠재적 위험군·위험군·고위험군을 포함한 수치로, 청소년 10명 중 약 2명이 위기 가능 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올해 위기(가능) 청소년 군의 전체 비율(17.5%)은 3년전(2022년) 20% 보다 2.5%p 감소했지만 위기군 비율 감소가 곧 위기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사에서는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학교폭력, 자해·자살 사고, 가출, 학업중단 등 위기 경험 항목이 일반 청소년 집단에서도 다수 확인됐다. 이는 위기 행동이 특정 고위험군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군까지 확산되는 ‘경계선 청소년’ 증가 현상으로 해석된다.

학업 환경별로 보면 위기 청소년의 42.86%(69명)는 중학생이었고, 인문계 고등학생이 36.65%(59명)로 뒤를 이었다.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 재학생 비율은 위기 청소년이 11.18%(18명)로, 일반 청소년의 4.59%(35명)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대안학교와 검정고시 학원,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소속 청소년 비중 역시 위기군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학업 경로의 불안정성이 위기 경험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거주 지역별 분석에서도 특징이 드러났다. 위기 청소년은 포남동이 19.25%(31명)로 가장 많았고, 강남동 15.53%(25명), 교동 11.80%(19명), 성덕동 9.94%(16명)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인구가 밀집한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위기 경험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11일 강릉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2025년 강릉시청소년생활 실태조사 결과발표회'를 열어, 관내 청소년의 생활·위기 실태와 변화 양상을 공개하고 있다. 강릉시 제공

성별 분포에서는 일반 청소년과 위기 청소년 모두 여학생 비율이 각각 51.1%, 51.9%로 남학생보다 소폭 높았으나, 집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 경험이 특정 성별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청소년 환경 문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사 결과는 위기 청소년을 선별해 개입하는 기존 방식의 한계도 드러냈다. 위험요인 분석에서 우울·불안, 충동성, 부모 갈등, 학교생활 부적응 등 복수의 위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으며, 보호요인으로 작용해야 할 가족의 관심, 교사의 지지, 지역사회 지원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위기 경험이 중첩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위기 청소년 비율이 17.5%로 낮아졌다는 수치보다, 위기 경험이 일반 청소년 집단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한 신호로, 인터넷 중독, 정서 문제, 학업 부적응 등 위험 요인별 맞춤형 예방·조기 개입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강릉시 역시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기군 관리 중심에서 청소년 전반을 아우르는 예방 중심 정책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청소년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의 변화 양상을 면밀히 파악한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보다 효과적인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정책적·실천적 대응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강릉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지난 3년간 강릉시 청소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며 “위기경험이 증가한 청소년에게 더욱 적합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인수 기자
penjer@kukinews.com
전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