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기계적 자극에 스스로 전류를 조절하며 기존 트랜지스터 기반 소자보다 에너지 효율을 최대 50배 높인 세계 최초 초저전력 이온 다이오드 신경소자가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한양대 김도환 교수, KAIST 문홍철 교수 공동연구팀이 인간 감각을 모사한 인공촉각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는 ‘이온 다이오드 신경소자’를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온 다이오드는 전자 흐름을 제어하는 반도체 다이오드처럼 이온 흐름이 한쪽으로만 통과해 전류의 방향을 제어하는 소자다.
인간 촉각 메커니즘 유사한 로봇 손
인간과 기계를 연결하는 전자피부는 외부 압력 같은 자극에 선택적으로 반응, 자극을 신호로 바꾸고 기억하는 신경소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이온 다이오드는 소자 내 양이온과 음이온의 전도도가 서로 달라 맞닿는 경계면에 전류 흐름을 제한하는 '이온 고갈층'이 불안정하게 형성되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외부 자극을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구동 시 전류 응답이 일정치 않아 안정적인 신호 처리가 어려웠다.
연구팀은 새로운 분자설계 전략으로 고분자 사슬의 운동성을 높이고 이온 클러스터 결합을 정밀 제어해 양이온성 고분자와 음이온성 고분자의 전도도를 균형 있게 맞췄다.
이를 통해 계면에 안정적이고 두꺼운 이온 고갈층을 형성해 외부자극에 자율적으로 반응하는 초저전력 인공 다이오드 신경소자를 개발했다.
아울러 전류가 한쪽으로만 흐르는 이온 정류 특성과 외부 자극에 따라 스스로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기계자극 게이팅' 현상을 규명했다.
이는 생체 신경이 특정 강도의 자극 이상에서만 신호를 전달하는 원리를 모방해 압력, 응력 같은 기계적 힘이 일정 기준을 넘을 때만 전류가 흘러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로봇 손가락에 부착한 결과 실시간 압력 세기에 따라 LED 밝기가 단계적으로 조절되는 인간 촉각 모사형 반응을 보였다.
실험결과 약한 압력에서는 거의 신호가 없다가 강한 압력을 가할수록 신호 세기가 증가하는 임계 반응형 특성을 보였다.
특히 압력이 일정 기준을 넘을 때만 전류가 흐르는 임계 반응형 특성과 반복자극에 반응이 점차 강화되는 시냅스 가소성도 구현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신경세포가 자극의 강도나 반복 빈도에 따라 신호전달 효율이 변화하는 생물학적 학습 메커니즘이다.
아울러 정지 상태에서 펄스당 0.41nJ(나노줄), 압력 작동 시 1.49nJ의 초저전력으로 동작해 기존 트랜지스터 기반 신경소자 보다 10~50배 높은 에너지 효율을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 설계를 통해 전도도 균형을 맞춘 세계 최초 자율형 이온 다이오드 신경소자를 구현한 것으로 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반도체 소재 기반의 전자 제어방식이 아닌 이온을 이용해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으로 학술적 의의가 크다”며 “생체 신경의 초저전력 신호전달 원리를 인공소자에 구현해 인공지능형 감각 감지와 신호처리가 가능한 소자 개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 기술은 기존 전자 트랜지스터 기반 시스템의 구조 복잡성과 에너지 비효율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인공 촉각, 신경형 인공지능 등 지능형 촉각 신경망과 자율감지 로봇 플랫폼 개발로 응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