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저보다 아는 게 없다…다른 데 가서 노느냐” 질타

李대통령, 인천공항공사 사장에 “저보다 아는 게 없다…다른 데 가서 노느냐” 질타

외화 불법 반출 검색 문제·해외 공항사업 진척도 놓고 연속 송곳 질의

기사승인 2025-12-12 17:05:37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을 향해 업무 파악 부족을 지적하며 강한 어조로 질타했다. 전날 관세청 업무보고에서 마약·총기 밀수 대응을 점검하며 고위 간부를 질책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생중계 회의에서 기관장을 상대로 ‘송곳 질문’을 쏟아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인천공항의 외화 불법 반출 방지를 위한 출국검색 현황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대통령은 “관세청에 물어보니 출국 검색은 공항공사 소관이라고 하더라”며 “1만 달러 이상 못 가지고 나가게 돼 있는데, 책갈피에 끼워서 수만 달러를 가져가도 안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그런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사장은 “저희가 보안검색하는 것은 칼 등 유해물질이 중심이라 외화 반출은 주 업무가 아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안 한다는 얘기냐”고 되묻자, 이 사장은 “하긴 한다. 이번에도 적발해 세관에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자꾸 옆으로 샌다. 외화 불법 반출을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인데 계속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장이 “실무적인 것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책갈피에 꽂아서 나가면 안 걸리는 게 맞느냐. 그런 가능성이 있으면 당연히 검색해서 막아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별로 관심 없어 보인다. 안 걸리고 나가는 게 가능한지 묻고 있는데, 자꾸 이야기가 길다”고 말하며 즉답을 요구했다.

옆에 있던 김민석 국무총리도 “만 달러 초과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검색하는지만 말하면 된다”고 거들었으나, 이 사장의 답변은 계속 엇갈렸다. 이 대통령은 “세관과 협의를 하라. 왜 시간을 이렇게 보내느냐”며 답변 태도를 다시 지적했다.

질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 직격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의논하고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이 대통령은 “(임기가) 내년까지인가. 3년씩이나 됐는데 업무 파악을 정확하게 못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3선 의원 출신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집트 후르가다 등 해외 공항 개발사업 진척 상황을 물으며 사업 전망·발주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질의했지만, 이 사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사업 진척과 전망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물어본 것인데, 저보다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보고서에 쓰인 것 말고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추가 질문을 이어가려던 도중 “아이, 됐다”며 공항공사 업무보고를 종료시키기도 했다. 

전날(11일)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관세청 업무보고에서도 마약·총기 밀수 대응책과 상장주식 상속세 물납제 개편 문제 등을 놓고 기관장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의를 이어간 바 있다. 정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부처·산하기관 운영 실태를 직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