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BCL 매년 3000명 발생…“카티 치료 기회 확대하자”

DLBCL 매년 3000명 발생…“카티 치료 기회 확대하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환자 78% ‘재발·불응에 대한 두려움’ 커
부작용 적고, 암세포 선택적으로 사멸
“혁신 신약 조기 투여,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 높이는 길”

기사승인 2025-12-15 06:00:08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고위험 혈액암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은 1차 치료 후 재발하는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환자들은 극심한 부작용을 견디며 효과적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카티)’ 치료제를 3차 치료에서 사용하기 위해 기회를 기다리지만, 많은 환자가 2차 치료 과정에서 건강이 악화돼 결국 사망에 이른다. 2차 DLBCL 치료에 카티가 쓰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카티와 같은 혁신 치료제의 등장으로 단순 생명 연장이 아닌 병의 완치가 가능한 시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건강보험 약제비가 고형암 중심으로 집중돼 있어 혈액암 환자들이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DLBCL은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체내 면역세포인 B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덩어리를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시 수주 이내에 복부와 흉부의 종양, 지속적인 고열, 야간 발한, 급격한 체중 감소 등 전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매년 약 2400~3000명이 새롭게 진단받는 DLBCL은 1차 표준치료 후 환자의 약 40%가 재발을 경험한다. 치료 과정의 고통과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들의 정신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국혈액암협회 조사에 따르면 DLBCL 환자의 78%는 ‘재발·불응에 대한 두려움’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특히 DLBCL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50대는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지탱해야 하지만, 부작용으로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어 환자와 가족의 질병 부담은 가중된다.

남 의원은 “치료 과정에서 장기 휴직이나 직장 이탈, 소득 상실이 발생하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전체의 생활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혈액암으로 인한 가정의 붕괴를 막고, 환자가 직장을 이탈해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차 치료 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해선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으나, 치료 대상자 중 약 30%만 이식이 가능하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을 수 없는 70%의 환자들은 세포독성 항암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치료 효과가 낮고, 골수 기능 감소로 인한 감염 위험 증가 등 부작용이 크다. 이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은 DLBCL 2차 치료의 한계를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한다.

DLBCL 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3차 치료에 사용하는 카티 치료제다. 카티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 등 외부 물질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혈액에서 추출한 T세포에 암세포를 추적해 찾아내는 물질인 CAR을 장착해 유전자 변형을 거친 뒤 증식시켜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환자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사멸시키는 만큼 치료 효과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남 의원은 “DLBCL 환자들은 2차 치료의 극심한 부작용을 견디면서 3차 치료에서 카티를 사용하기 위해 기회를 기다린다”며 “하지만 많은 환자가 2차 치료 과정에서 건강 상태가 악화돼 결국 카티 치료 기회 자체를 잃고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상황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카티가 DLBCL 2차 치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같은 국제 임상지침은 1차 치료 후 1년 이내에 재발하는 고위험 DLBCL 환자에 대한 2차 치료로서 카티 치료제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영국 등 총 29개국에서 급여를 적용받아 DLBCL 2차 치료에 사용되는 카티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성분명 악시카브타젠실룰로셀)가 있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서 예스카타는 DLBCL 2차 치료 환자의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약 60% 감소시켰으며, 5년 장기추적 결과에선 사망 위험을 약 27% 낮췄다. 이는 기존 치료제 대비 약 30년 만에 생존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사실상 ‘완치’에 근접한 성과라고 의료계는 평가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남 의원은 “생명 연장은 환자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지만, 완치는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돌려주는 일”이라며 “완치 가능성이 열리면 환자와 가족이 질병의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 계획을 다시 세울 수 있고, 사회 역시 숙련된 인력과 경험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치료 효과가 입증된 혁신 신약을 조기에 투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치료 기간을 줄이고, 환자를 완치시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카티 치료제의 급여화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에 대한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혈액암 환자의 보장성 강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남 의원은 “완치를 목표로 하는 카티 치료제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시점에 제공될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카티 2차 치료 급여화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완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제도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치료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고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는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필요한 곳에 재정을 정확히 쓰는 방식으로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살리고 사회적 손실을 줄여 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투자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재정 효율화다”라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