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옆 용산 대통령실이 남긴 것…‘개방’ 아닌 ‘불안’이었다

국방부 옆 용산 대통령실이 남긴 것…‘개방’ 아닌 ‘불안’이었다

용산 이전 3년7개월…계엄 파문·보안 논란 속 ‘군사 이미지’만 남겨
CIA 도감청 정황·급조된 보안 공사…취약성 드러난 용산 체제

기사승인 2025-12-13 06:00:10 업데이트 2025-12-13 09:25:53
지난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사업체 관계자들이 청와대로 가는 업무시설을 옮기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달 말까지 청와대 이주를 마칠 예정이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청와대 시대가 3년7개월 만에 다시 열린다. 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 결정으로 시작된 용산 시대는 출범 초기 ‘권위주의 탈피’와 ‘개방’을 표방했지만, 12·3 계엄 시도 파문과 특혜·수의계약 논란, 잇따른 보안 우려를 거치며 결국 불안과 의혹의 공간으로 남게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예비비 360억 원을 긴급 투입해 국방부 청사를 분리·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용산 집무실 공사를 진행했다.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라는 기치 아래 전면 개방됐지만,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다수가 이전에 반대했고, 안보 공백과 비용 문제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다.

용산 이전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 것은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담 하나로 맞닿은 구조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 통수권자와 군 조직 간의 물리적·상징적 거리두기는 기본 원칙이지만, 용산에서는 최고 권력과 군 지휘부가 한 공간처럼 보였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한 참모는 12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용산 설계는 처음부터 ‘군과 함께 있는 대통령’ 이미지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며 “계엄 시도 의혹이 겹치면서 국민 인식에서는 군사 이미지가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시도 의혹이 터졌을 때도 용산 대통령실은 파문의 중심에 섰다. 특검과 해외 언론 보도에는 군·경찰·정보기관을 동원해 국회를 제압하는 계획이 담긴 문건들이 등장했고, 실제 계엄이 발동됐다면 실행 공간 또한 국방부와 붙어 있는 용산 대통령실일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 옆 집무실이라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쿠데타 이미지’를 키우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막대한 이전 비용도 논란을 키웠다. 용산 이전과 경호·인프라 보강에 이미 수백억 원이 투입된 데다, 이재명 정부가 다시 청와대로 복귀하면서 필요한 재이전 비용까지 더해지며 “1000억 원 넘는 세금이 두 번의 이전으로 사라졌다”는 비판이 정치권 전반에서 나왔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옮기는 이사 작업이 착수된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 본 청와대. 성탄절 전후로 이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보안 문제는 용산 체제 내내 불안 요소로 반복됐다. 2023년 미국 CIA 기밀문서에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급박한 이전 과정에서 벽면 보강·출입 통제 등 각종 보안 공사가 단기간에 이뤄지며 취약성이 드러났다.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용산에 입주한 대통령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건물 자체가 체계적인 보안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정상적 국정 운영을 고려했다면 선택하기 어려운 공간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청와대 복귀는 대형 보안사고를 원천 차단하고, 용산 이전으로 생긴 국민 불안도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구조는 계엄 사태 이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과 민간 권력이 물리적으로 분리될 때 민주주의적 통제 구조가 제 역할을 한다”며 “복귀는 과거 회귀가 아니라 뒤틀린 상징을 바로잡는 조정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시대가 남긴 것은 군사 이미지, 계엄 시도의 기억, 그리고 반복된 이전으로 인한 국가적 피로감”이라며 “청와대 재가동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업무보고 간담회에서 “청와대는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업무시설은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전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본관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이, 여민관에는 참모진 집무실과 추가 집무실이 배치된다. 브리핑룸도 20~23일 춘추관으로 이전한다.

다만 관저 이전은 보안·경호 조치로 인해 내년 초에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당분간 이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청와대로 출퇴근하게 된다. 대통령실 이전이 완료되면 용산 청사는 다시 국방부가 단계적으로 회수한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