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이 먼저 움직였다…정원오, ‘행정가’ 넘어 서울시장 대항마 되나

강남이 먼저 움직였다…정원오, ‘행정가’ 넘어 서울시장 대항마 되나

강남4구서 오세훈과 동률·우세 반복
3040 신혼층 유입이 만든 ‘생활형 신뢰’
12·3 이후 국민의힘 지지 기반 약화도 영향…“정치력 과제는 여전”

기사승인 2025-12-18 06:00:05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열린 '성수동'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서울시장 경쟁 구도의 중심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언급 이후 특히 강남권에서의 흐름이 뚜렷해졌다. 성동 생활권을 중심으로 확산된 ‘일하는 행정가’에 대한 신뢰가 강남까지 이어지며 서울 민심의 방향이 조용히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구청장의 강남권 약진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 공정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전체에서 오세훈 시장과 23.0% 대 29.2%로 격차가 있었지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서는 정 28.0% vs 오 28.1%로 초접전을 만들었다. 15일 공개한 리서치뷰 조사에서는 정 구청장이 서울 전체에서 45.2% vs 38.1%로 오 시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고, 강남권에서도 정 51.3% vs 오 38.5%로 큰 격차를 냈다. 서울 보수세의 중심인 강남벨트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런 흐름을 만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정 구청장이 강남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성동구의 인구 변화와 생활권 확장이 자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3040세대, 특히 신혼부부들이 금호·옥수 일대에 대거 유입되면서 해당 지역은 강남과 맞닿은 생활벨트로 재편됐다. 주거·보육·교육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집값도 상승하면서, 정 구청장의 행정 방식을 가까이 체감한 젊은 중산층이 긍정적 평가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수동 개발 과정에서 부각된 ‘비정치적·실무형 이미지’ 역시 강남권의 반(反)개발 정서와 맞물려 지지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금호·옥수에서 형성된 신뢰가 강남까지 이어지며 ‘일 잘한다’는 이미지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구조를 고려하면 이러한 흐름은 더 주목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강한 당색이 서울 민심과 맞지 않아 경쟁력이 제한적이었다. 박원순 전 시장도 첫 당선 당시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런 구도 속에서 정 구청장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그가 민주당 인사임에도 ‘당색이 옅고 행정가적’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원오를 전형적인 민주당 정치인으로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며 “서울에 존재하는 민주당 비토 정서를 덜 자극해 중도층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서울에서는 오히려 당 밖 이미지가 있을 때 후보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국민의힘이 얻은 이미지 손상도 정 구청장의 상대적 부각을 돕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태 대응의 혼선과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등이 이어지며 오 시장을 떠받칠 외곽 지지층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평론가는 “야권이 12·3 사태 이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김건희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중도층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중도층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구청장이 이 상승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행정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동구에서 실무 능력은 검증받았지만, 서울시정은 국가 의제와 직접 연결되는 만큼 정책 방향을 주도할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여권 한 관계자는 “행정력만으로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체급을 완전히 갖추기 어렵다”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성남시장 시절 행정력과 함께 중앙정치를 흔드는 의제를 직접 제시하며 정치력을 키웠다. 서울시장 후보도 정부·여당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은 기자
selee2312@kukinews.com
이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