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보다 중요한 ‘희망감’…노인 인지기능 최대 30% 높여

우울보다 중요한 ‘희망감’…노인 인지기능 최대 30% 높여

기사승인 2025-12-18 14:05:42
김지욱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제공

희망감을 가진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인지기능이 최대 3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희망감과 함께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활동을 유지할 경우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욱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교신저자)와 이병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자가 보고된 희망감과 인지기능의 상관관계 및 신체활동의 조절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환자와 지역사회에서 선별한 65~90세 인지기능 정상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느끼는지’를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희망감 그룹과 비희망감 그룹으로 나눈 뒤, 알츠하이머병 등록구축 컨소시엄(CERAD) 신경심리검사 총점을 활용해 인지기능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희망감 그룹의 전반적인 인지기능 점수는 비희망감 그룹보다 약 20%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연령, 성별, 교육 수준, 치매 유전자(APOE4), 혈관 위험 요인, 음주·흡연 여부 등을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노인우울척도(GDS)의 영향을 제거한 뒤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 희망감이 우울증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보호 요인임을 시사했다.

신체활동 수준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노인신체활동척도(PASE)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중등도 이상의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노인의 경우 희망감을 가진 그룹의 인지기능 점수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약 30% 높았다. 반면 신체활동이 부족한 경우에는 희망감 여부에 따른 인지기능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희망감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춰 해마 기능을 보호하고, 신체활동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증가와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인지기능 유지에 기여하는 상호 보완적 메커니즘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김지욱 교수는 “기존 연구들이 우울과 같은 부정적 정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연구는 ‘희망감’이라는 긍정적 심리 자원이 인지기능을 지키는 보호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초 가꾸기나 30분 산책, 지인과의 통화처럼 일상에서 작은 성취감과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희망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태도가 규칙적인 신체활동과 결합될 때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