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글로벌’ 전면에 내세운 현대차그룹, SDV 속도전 속 자율주행 시험대

‘젊고 글로벌’ 전면에 내세운 현대차그룹, SDV 속도전 속 자율주행 시험대

외국인·젊은 리더 등 전면 배치
자율주행 공백, 후임 영입 주목

기사승인 2025-12-19 14:32:26
현대차그룹 2025년 정기 임원인사.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이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젊고 글로벌한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략의 핵심 축인 AVP(미래플랫폼) 본부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어, 자율주행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적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사장 비율만 70%…임원도 젊은 리더 포진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SDV 전환을 가속화를 목표로 R&D(연구개발)와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4명,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176명 등 총 219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글로벌‧젊은 리더십’이다. 사장단 내 외국인 비중이 크게 확대됐고, 임원 승진에서도 40대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 흐름이 뚜렷해졌다. 현재 현대차 사장단 7명 가운데 5명이 외국인으로, 국적보다 전문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인사 기조가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 부문을 이끄는 만프레드 하러 사장 선임은 이러한 변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글로벌 완성차와 빅테크 기업을 두루 거친 기술 전문가를 R&D 수장에 앉히며, SDV 전환과 미래차 기술 경쟁에서 글로벌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디자인‧품질‧전략기획 등 주요 분야에서도 외국인 사장이 포진하며 현대차그룹의 리더십 구조는 더욱 다층화됐다.

세대교체 역시 병행됐다. 전체 승진자 규모는 전년 대비 줄었지만, 40대 임원 비중은 눈에 띄게 늘었다. 상무 신규 선임자의 절반가량이 40대로 채워졌고,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배터리‧수소연료전지 등 미래 전략 부문을 중심으로 젊은 기술 인재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조직 전반에 속도와 실행력을 불어넣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율주행과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이 시급한 시점에서 현대차는 조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전통적 수직 구조에서 벗어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을 만들고,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를 전방에 배치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드러난 인사”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단순한 승진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맞춘 기술 리더십 확보와 조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한 결정”이라며 “특히 현지 전문성을 갖춘 외국인 사장과 젊은 기술 인재를 전면 배치한 점은, 향후 SDV와 자율주행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공백 남았다…AVP 수장 영입이 관건

다만 이번 인사에서 가장 큰 물음표로 남은 부분은 AVP 본부장 자리다. AVP 본부는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과 자율주행 기술을 총괄하는 핵심 조직으로, 송창현 전 본부장 퇴임 이후 후임이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 핵심 기술 리더십만큼은 성급한 결정 대신 신중한 선택을 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자율주행 경쟁이 이미 실전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도 적지 않다. 테슬라는 최근 국내 최초로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앞세워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고, 글로벌 완성차와 빅테크 기업들도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현대차의 SDV‧자율주행 전략 역시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받는 국면이다.

업계에서는 AVP 수장으로 내부 인사보다는 글로벌 빅테크나 자율주행 선도 기업 출신의 외부 인재가 영입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SDV와 자율주행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자리인 만큼,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설계부터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AVP 본부 송창현 사장의 후임을 빠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라며 “송창현 전 사장의 주도로 구축해 온 SDV 개발 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AI’ 등의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SDV 핵심기술의 양산 전개를 위해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