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새만금 희망고문’ 발언을 놓고 지역사회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전북 도민들이 기대치는 높으나 그걸 하려면 실제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려운데 그 얘기를 하면 정치적으로 비난 받을 것 같아 그냥 애매모호하게 다 하는 것처럼 얘기한다”고 지적하고, “30년 동안 40%밖에 매립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애매하게 갈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은 정리하고, 재정으로 해야 할 부분은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도대체 어디에 얼마를 개발하고 여기는 비용이 얼마나 들고, 이 예산은 어떻게 조달할 거고 나중에 실제로 어떻게 쓸 것인지가 분명하지가 않아요. 맨날 맨날 바뀌어요”라고 꼬집어 새만금 개발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정치권이 30년 동안 제대로 만들어 놓은 것 없이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전북자치도민의 환심만을 얻기 위해 허송세월한 것을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만금개발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는 분위기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곧바로 전북특별자치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의 의사를 비춰보면 현재의 새만금 기본계획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2050년 완성 목표 연도 수정과 실현 가능성 고려한 매립 면적 조정 등 새만금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김 청장은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실현 가능성’과 ‘속도’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실적인 사업을 우선 추진해 속도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 청장은 또 “기본계획상 매립 면적은 291㎢인데, 과연 이 면적이 모두 필요한지 용지별로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 것”이라며 “매립이 꼭 필요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 과감히 생략할 부분은 생략하겠다”고 말했다. 수면을 유지한 채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는 ‘에너지 용지’ 구상도 매립 최소화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당초 공청회 등을 거쳐 연내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 새만금 기본계획의 수정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전북 정치권도 일제히 계획 전환을 요구하며 떠들썩한 분위기다. 김관영 도지사는 “지금까지 새만금 개발을 가장 크게 가로막은 것은 ‘구조적인 제약’, 즉 민간투자를 전제로 한 개발, 반복되는 예비타당성 조사, 광역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의 한계, 그리고 매립 자체를 둘러싼 절차적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사업 추진 속도를 저하시켜 왔다”며 “선(先) 매립, 선 기반 시설 구축 없이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구조로는 기업을 유치하기 어렵다”고 국가 주도 투자를 촉구했다.
김 지사는 또 “새만금 전역을 메가샌드박스 규제 완화로 특구화해 투자·입지·인프라·재정이 결합한 국가 차원의 정책 패키지로 실질화해야 한다”면서 “국가 책임하의 매립과 광역기반 시설 선제적 구축, 예비타당성 조사 합리적 적용이나 면제, 도로·전력·용수·폐수처리 등 광역 기반시설 국가 재정 지원 등이 새만금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과장된 계획과 비현실적 민자 의존을 끊고 실행 가능한 새만금으로 전환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로 단지 매립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새만금 개발 전략 전체를 다시 세우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바로 그 폐기된 방향성을 다시 세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내년 전북도지사에 도전하는 정헌율 익산시장은 “대기업 몇 곳, 일자리 몇 개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기존 해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AI 중소기업 클러스터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새만금의 새로운 30년은 대기업 유치가 아닌 첨단산업 생태계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전북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원택 국회의원은 “새만금은 더 이상 계획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이재명 정부 임기 안에 실제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생명용지와 관광레저용지 등 현재 매립이 완료된 용지를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고,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MP)을 과감히 변경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재생에너지 신산업 및 RE100신단이 가능하도록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또다시 전환점에 서게 됐다. 새만금 개발사업은 1971년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옥서지구농업개발사업이 그 뿌리로, 1987년 대통령선거 막판 당시 민정당 후보였던 노태우 후보가 전북지역 공약으로 새만금 간척을 내건 뒤 국책사업으로 확정됐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첫 삽을 떴지만,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면서 정체성도 흔들렸고 35년 동안 대통령만 9명이 바뀌었다.
새만금 사업은 당초 1조 3000억원을 들여 1998년까지 33km의 방조제 건설과 외곽 공사를 끝내고 2004년까지 1억 2000만평에 이르는 내부 개발사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방조제는 2010년에 겨우 완공됐고 지난해까지 15조원 가량이 투입됐으나 내부 매립은 전체 37.6㎢ 가운데 40.2%인 15.1㎢에 그친 상태다. 개발 방향도 농지에서 산업용지와 농지로 전환됐다.
이 대통령도 불과 6개월 전에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는 ‘새만금을 속도감 있는 빠른 개발로 해묵은 과제에서 해결하겠다’며 새만금 공항 조기 착공, 신공항 주변 컨벤션단지 조성, 새만금항 국제물류 허브항으로 개발, 새만금 K-푸드 메가폴리스 조성, 새만금사업 전담 추진 체계 강화 등 다양하고 구체적인 사업들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취임 반년 만에 인식이 달라졌다.
사실 새만금 개발은 대선은 물론 총선, 지방선거 할 것 없이 후보 대부분이 전북 공약 1호로 내세우며 자극해 도민들은 ‘새만금이 개발되면 전북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어 잘살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 국책사업의 방향을 선회하라는 지시로 해석되면서 새만금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지시가 오히려 새만금 개발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재수정 과정에서 여러 정책이 난립할 경우 새만금 개발에 대한 방향성을 잃을 우려가 있으며, 전체적인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돌아서 ‘반쪽 개발’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은 현재 많은 기업들이 둥지를 틀기로 약속돼 있고 첨단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새만금 기본계획을 다시 수정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속도전’을 낸다면 기존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자칫 무산될 수 있다. 단기간의 가시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미래도시 새만금에 대한 청사진을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신속한 재정 투입을 통한 개발이 더 중요하다. ‘희망고문’을 해소한다는 미명 아래 ‘미래의 땅’ 새만금이 왜소하게 줄어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