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백년대계(百年大計)가 걸린 기업혁신파크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춘천 지역의 앵커기업인 더존비즈온의 경영권이 스웨덴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EQT파트너스로 넘어갔다는 소식은, 단순히 대주주 한 명이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춘천의 미래를 견인할 생존 전략의 주도권이 지역을 사랑하는 '토종 기업의 의지'에서 냉철한 '글로벌 자본의 계산기'로 넘어갔음을 알리는 엄중한 경종입니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현재 춘천시와 관계 당국이 보여주는 태도는 우려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모펀드의 DNA는 단순하고도 명확합니다. 그들에게 기업이란 '키워서 비싸게 파는 상품'일 뿐입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오직 '엑시트(Exit, 투자금 회수)'를 통한 차익 실현에 맞춰져 있습니다. EQT파트너스가 아무리 장기 투자를 표방한다 한들, 자본의 본질은 결국 이익을 좇아 움직이게 마련입니다.
기업혁신파크는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닙니다. 춘천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아이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거대한 생존 전략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막중한 프로젝트의 운전대를, 언제든 차를 팔고 떠날 수 있는 이방인의 손에 쥐여준 꼴이 되었습니다. 이 버스에 탑승한 승객인 30만 춘천시민들의 안전은 이제 누가 담보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춘천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믿음'이나 '기대'가 아닙니다. 변심하기 쉬운 자본을 옭아맬 수 있는 '강철 같은 족쇄'와 같은 안전장치가 절실합니다. 춘천시가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명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첫째, 앵커기업의 투자를 단순한 '호의'가 아닌 법적 '채무'로 확정해야 합니다. 협약서에 적힌 모호한 문구들은 훗날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휴지 조각이 되기 십상입니다. 자금 조달, 우량 기업 유치, 필수 인프라 구축 등 단계별로 이행해야 할 의무를 구체적인 수치로 명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어길 시 즉각적인 법적·재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강제 조항을 삽입해야 합니다.
둘째, 경영권이 백 번 바뀌어도 의무는 영원히 승계됨을 못 박아야 합니다. 이것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대주주가 누구로 바뀌든, 앵커기업이 짊어진 기업혁신파크 조성의 의무는 100% 자동 승계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 '승계 조항'이 누락된다면, 훗날 사모펀드가 막대한 개발 이익만 챙기고 껍데기만 남긴 채 떠날 때, 춘천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사업 변경 시 뼈를 깎는 수준의 페널티를 부과해야 합니다. 수익성을 핑계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시민을 위한 공공용지를 돈이 되는 수익용지로 바꾸려 든다면, 상상 이상의 재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을 반드시 마련해야 합니다. 기억하십시오. 자본은 도덕이나 호소가 아닌, 오직 '손실의 공포' 앞에서만 겸손해지는 법입니다.
더존비즈온의 매각 사태는 분명 춘천에 닥친 큰 위기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것은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 위기를 정교한 시스템과 계약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오히려 사업의 안정성을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정치와 행정의 본질은 시민들에게 막연한 '희망'을 파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결과'를 책임지는 것입니다. 지금 시민들은 화려한 조감도나 수려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내 지역 춘천과 우리 가족의 미래를 지켜줄 확실한 방패를 원하고 있습니다. 선의로 포장된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막으려면, 지금 당장 책상 위의 계약서부터 다시 써야 합니다. 이 한마디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감상(感傷)은 짧고, 피해는 영원하다."
- 정광열 전 강원특별자치도 경제부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