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인가 부담인가”…쿠팡사태 이후 온플법 단일안 ‘경고’ 목소리

“보호인가 부담인가”…쿠팡사태 이후 온플법 단일안 ‘경고’ 목소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플랫폼 규제의 함정’ 좌담회
온플법 단일안 논의에 “산업 생태계 이해 미흡 우려”
“개별 사건을 규제 실패‧공백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기사승인 2025-12-23 17:51:29 업데이트 2025-12-23 18:23:51
23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좌측부터 김상준 이화여대 교수, 서종희 연세대 교수, 계인국 고려대 교수, 김태오 창원대 교수가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 사태를 계기로 거대 플랫폼 규제 요구가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온플법 단일안이 재추진되자 규제의 방향과 파급 효과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특정 사건 중심의 입법이 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며 플랫폼 규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3일 서울 서초구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플랫폼 규제의 함정, 보호가 아니라 부담을 키운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플랫폼 규제가 당초 의도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업 부담과 산업 경직성을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온플법과 ‘음식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법안’의 단일안을 마련해 발의했다. 대외 통상 이슈 등으로 온플법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관련 입법을 단일안으로 재추진에 나선 것이다. 온플법 단일안은 중개·광고·결제 등 연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입점업체의 연간 판매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법안에는 ‘수수료 부과 기준’, ‘정산 방식 및 시기’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계인국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은 생태계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온플법을 지속적으로 재논의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규제당국이 이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온플법은 규제 공백에서 발생한다기보다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 및 플랫폼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의 미흡으로 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역시 “해당 법안이 단기적으로는 이용사업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규제 비용을 크게 높여 신규 플랫폼의 진입과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축시켜 오히려 시장 서비스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김상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규제 대응을 위한 조직의 조치는 자연스럽게 거래비용으로 인식되며, 기업은 이를 줄이거나 보전하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이 규제 비용을 모두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소비자 가격 정책으로 전가될 수 있으며 플랫폼과 이용사업자가 비용 대응에 집중하면서 서비스 혁신 품질 향상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좌담회는 쿠팡 사태를 계기로 거대 플랫폼에 대한 규제 요구가 확산되며 규제의 방향을 전체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할 것인지, 개별 사건 중심의 대응에 그쳐야 하는지를 놓고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가운데 글로벌 경쟁 속에서 단기적 시야로 규제를 추진하면, 대외·통상 리스크가 불필요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준 교수는 “전체 산업을 제도화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제거하지만 그때의 가정은 산업 내 기업들이 동질적이라는 것”이라며 “플랫폼 산업은 조직화 되어 있는 전통적 조직과 다르게 바운더리, 규모, 행위의 예측이 어려운 특징을 갖고 있는 해체적 조직이기 때문에 전통적 산업을 타겟으로 했던 제도는 규제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태오 교수도 “현재 온플법이 국내외 플랫폼 모두를 규율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법 적용에서 한계가 발생하고,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규제 부담의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결과 국내 플랫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고 우리나라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에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고도 말했다.

마무리 발언에서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을 둘러싼 개별 사건들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현행 규제가 예상하는 범위 안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일부 빈틈을 곧바로 규제 실패나 규제 공백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적용 가능한 법이 존재함에도 새로운 법 제정을 추진하는 쪽이라면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 위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